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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 현상'

피지 않는 꽃 호주 시드니에 사는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던 길에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었다. 조국의 봄 개나리꽃이 그렇게 보고 싶어서, 개나리를 가져다가 호주에 심어 봄이 올 때마다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지를 꺾어 가지고 가서 호주 자기 집 앞마당에 심었다. 개나리는 잘 자라는 나무라 아무 데라도 잘 자란다. 이윽고 이듬해 봄이 되었다. 맑은 공기와 풍부한 햇볕으로 한국에서 보다 더 가지와 잎이 무성해 갔다. 그런데 문제는 꽃이 피지 않는 것이다. 첫 해라 그런가 싶어서 다음 봄을 기다렸지만, 2년 3년이 지나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래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한국처럼 추운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온 현상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용어로 '춘화 현상..

문학 2023.12.20

'김장' 축제

시골 김장하는 날 겨울이 오면 거의 모든 가정은 김장을 한다. 지역적 차이가 있겠지만, 김장 재료와 방법은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중요한 가족 유산이다. 지금도 우리 시골에는 '김장 품앗이'가 진행형이다. 막걸리와 고소한 수육, 아주머니들의 걸진 이야기에 웃고 떠들며 일 년 동안의 스트레스를 푸는, 소박한 축제의 장이 된다. 강산 이영권. 시 세상 모든 꽃이 지고 사랑이 시들해지면 태양의 눈물로 자란 매운 고추와 별의 속살로 차오른 노란 배춧잎들 거친 풍랑을 이겨낸 바다 전설들이 어머니 품속 같은 항아리 속에 버무려져 붉은 사랑 꽃으로 가닥가닥 피어난다 사랑은 언제나 밥상 위에 차려져 있다고 뜨끈한 쌀밥 위에 붉은 해가 뜨고 노란 별들이 익어가고 푸른 바다가 파고친다. (감상: 해와 별과 바다가 힘들게 만..

문학 2023.12.18

'젊은 연인들'

겨울의 서정 '젊은 연인들'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겨울이면 생각 나는 노래가 있다. 잔잔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노랫말로 1977년 이후 큰 인기를 끌었던, '젊은 연인들'이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1977년 처음 열린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서울대 트리오가 부른 '젊은 연인들'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가슴 아픈 연인들 남녀 대학생 여러 명이 겨울 산에 올랐다. 일종의 동아리 M.T 같은 것. 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눈이 내렸고, 정상에 거의 올랐을 때쯤 바로 그때 발 밑에서 눈사태가 발생했다. 돌아갈 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당황해진 남녀 대학생들은 눈을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찾은 곳은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동굴 안에서 눈을 피할 순 있었지만 밤이 되면서..

문학 2023.12.15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람의 가치 명강사로 소문난 사람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세미나에서 그 강사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러다 그 강사는 갑자기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높이 쳐들고 말했다. “여러분 이 돈을 갖고 싶지요? 어디 이 돈을 갖고 싶은 사람 손 한 번 들어 보십시오.” 그러자 세미나에 참석한 그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는 여러분 중에 한 사람에게 이 돈을 드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먼저 나의 손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쳐들었던 수표를 손으로 이리저리 마구 구겼다. "여러분, 아직도 이 수표를 가지기를 원하십니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강사의 행동에 놀랐지만 역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좋아요.” 그러더니 이번에는 그 10만 원짜..

문학 2023.12.13

'달빛 가난'

'가난한 양심'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시장 근처에서, 손수레가, 세워져 있던 아우디 차량 옆을 지나가다가 승용차를 긁은 사건이 있었다. 7살 정도의 손자가 밀고 할머니가 도로 코너를 돌다가 세워져 있던 차량을 긁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놀라고 걱정스러워 한숨을 짓자 옆에서 보던 손자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어린 손주로서는 상황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할머니 얼굴을 봤을 때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할머니도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수레를 멈추고 차 주인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릴까 고민하고 있었다. 차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레 안에는 콩나물 한 봉지와 손주가 좋아하는 바나나가 보였으며, 가난한 할머니의 사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

문학 2023.12.11

아픈 '가족사진'

노래와 시의, 아픈 '가족사진' 며칠 전 우연히 감명 깊게, SG워너비로 데뷔한 김진호 가수의 '가족사진'노래를 들었다. 뭉클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아 가족을 생각해 보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애틋함을 표현한 노래다. 어느 날 '가족사진'을 보면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로 5분 만에 완성한 노래라고 한다. 김진호 작사, 작곡, 노래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 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의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딸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 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

문학 2023.12.09

자업자득(自業自得)

'말'은 곧 그 사람이다 '이거 해도 될 말인지 모르겠는데'라며, 비밀스럽게 꺼내는 말은 대부분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는 속담도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 권상시욕(權相示辱): 권 정승을 욕보이다 어느 날, 안(安) 정승이 길가는 스님을 불러 세웠다. '스님 물어볼 말이 있는데요' '어서 물어보시지요" '나는 안(安)씨 성을 가진 사람인데, 이웃 사는 친구 권(權) 정승이 자꾸만 저에게 '계집이 갓을 쓴 (安)' 성씨라며 놀려서 오늘도 말다툼을 했네요. 나를 자꾸 놀리는데 권정승을 어떻게 혼내줄 묘책이 없겠는지요?' 한문을 좀 안다고, 남의 성씨를 풀어서 트집 잡고 놀리는 '권'정승의 나쁜 습..

문학 2023.12.08

운명

타고난 내 운명 우리는 살아가면서 '운명'이라는 말을 쓴다. '이건 내 팔자야. 내 운명이야' 어떤 일을 자포자기하거나, 쉽게 인정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름의 '운명'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정해져서 타고난 운명으로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운명은 고쳐지지 않는 것인가. 천양희. 시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씩 철썩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킵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한 꽃대에 3000송이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우는 새도 있고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새도 있습니다 운명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 (감상: 파도는..

문학 2023.12.06

'눈치' 없는 사랑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동백꽃'에서, '나'와 '점순'은 소작인과 마름의 자식으로, 순박한 시골 청소년의 사랑을 익살스럽고 유쾌한 현실로 표현한다. 눈치 없고 모자라는 ’나‘가 점순의 은근한 사랑 표현을 알지 못해 해학적 싸움이 벌어진다. 김유정 작가는 춘천 출생으로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중퇴했으며, 문학세계는 삭막한 농촌 현실과 연민의 아픔을, 웃음을 통해 희화적, 해학적으로 드러낸다. 김유정. 단편소설(부분) '힐끔힐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 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 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 날 테니 여기서 얼른..

문학 2023.12.04

'개판 오 분 전'

개판 오 분 전(going to the dogs) '개판 오 분 전이구나. 뱃가죽에 화약 냄새가 나게 해 줘야 쓰겠어?' 1978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박영한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에 나오는 대목이다.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은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태'를 이르는 비속어로, 가끔씩 쓰이는 말이다. '개판 오 분 전'은 강아지, 개들이 장난을 쳐서 엉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작된 어원을 보면은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질서 없이 수선스럽다는 말은 개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배고픈 사람들의 일시적 무질서에서 나온 말이다. '개'들의 항변 '우린 억울하다' 6.25 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낙동강 이남의 부산에 몰렸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의 부산 국제시장 근처에 피난민들..

문학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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