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춘화 현상'

e길 2023. 12.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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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않는 꽃

 

호주 시드니에 사는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던 길에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었다. 

조국의 봄 개나리꽃이 그렇게 보고 싶어서, 개나리를 가져다가 호주에 심어 봄이 올 때마다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지를 꺾어 가지고 가서 호주 자기 집 앞마당에  심었다.

개나리는 잘 자라는 나무라 아무 데라도 잘 자란다.

 

이윽고 이듬해 봄이 되었다.

맑은 공기와 풍부한 햇볕으로 한국에서 보다 더 가지와 잎이 무성해 갔다. 

그런데 문제는 꽃이 피지 않는 것이다.

첫 해라 그런가 싶어서 다음 봄을 기다렸지만, 2년 3년이 지나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래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한국처럼 추운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온 현상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용어로 '춘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봄은 겨울을 지나야 온다

 

우리 인생도 이런 춘화현상과 같아, 눈부신 아름다운 꽃들은 혹한을 견뎌야만 피는 것이다.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서,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가 수확량이 많고 맛도 더 좋다고 한다.

 인생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 같아서 추운 겨울을 거치면서 더 풍성해지고 건실해진다.

 마찬가지로 고난을 많이 헤쳐 나온 사람일수록 강인함과 인품에 향기가 더 깊어질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젊은이들이 짊어지고 갈 춘화현상이라면 앞으로 이것을 감내해야 할 길이 멀고 답답하다.

그러나 좌절할 수만은 없다.

인생의 꽃과 열매가 맺히는 봄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각오와 의지가 중요할 것 같다.

 

얼음꽃과 나무 고드름(123RF)

 

<나무 고드름> e길. 시

 

고드름 내장엔 나무의 피가

뜨겁게 태워지고 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서있는 듯 흐른다

 

아파야 한다

짧은 겨울이여 나를 더 괴롭혀라

힘을 내 더 큰 시련을 다오

 

단단해지기 위해

뜨거운 두드림에 이 악무는

대장간 붉은 쇠꽃처럼

 

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스러운 아픔으로

혹독한 얼음꽃을 태운다

 

또옥 ~ 똑

타다 흐른 촛불 덩어리

넘쳐 잉태한 자식들을

여기저기 낳고 있다

 

환하게 웃는 봄

소리 없는 신음

홍건한 양수

옹기종기 붉은 꽃들이 쪼그리고 있다.

 

(감상: '아파야 한다. 나를 더 괴롭혀 주라. 짧은 겨울이여 힘을 내 더 큰 시련을 다오' 혹독하게 자라야만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 고드름 속 내장엔 나무의 피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태워지고 있다. 타다 흐른 나무의 피는 드디어 자식들을 잉태하여 붉은 꽃을 피운다. 아픈 시련에도 나무는 참고 견디며 오는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심한 듯 아무 할 일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마치며

인생은 혹독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 같다.

로또를 사지 않아도 준비를 잘하면 인생역전의 기회는 틀림없이 오리라.

기회가 와도 잡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송가인 등 요즘 잘 나가는 트롯 가수들만 보아도,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기회를 잡아 성공하지 않는가. 

그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한 분야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의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이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견뎌 나가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인생의 즐거운 두드림을 경험하고 있다.

따뜻한 봄날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내 잉태한 쪼그리고 앉은,

아름다운 '붉은 꽃' 자식들을 곧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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