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 죽어도 좋으니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얕은 물은 시끄럽게 소리 내어 흐르지만, 깊은 물은 가는 듯 멈춰 있는 듯 소리 내지 않고 흐르고 있다.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소리를 내는 법 없이 조용하다. 어리석은 사람은 반쯤 물을 채운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이 가득 찬 연못 같다고 한다. 낮은 곳으로 물은 모이며,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이정하. 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