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김장' 축제

e길 2023. 12.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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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김장하는 날

겨울이 오면 거의 모든 가정은 김장을 한다.

지역적 차이가 있겠지만, 김장 재료와 방법은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중요한 가족 유산이다.

 

지금도 우리 시골에는 '김장 품앗이'가 진행형이다.

막걸리와 고소한 수육,

아주머니들의 걸진 이야기에 웃고 떠들며 일 년 동안의 스트레스를 푸는,

소박한 축제의 장이 된다. 

 

품앗이 김장(실제 우리집 김장)

 

<김장> 강산 이영권. 시

 

세상 모든 꽃이 지고

사랑이 시들해지면

 

태양의 눈물로 자란

매운 고추와 

 

별의 속살로 차오른

노란 배춧잎들

 

거친 풍랑을 이겨낸

바다 전설들이

 

어머니 품속 같은 

항아리 속에 버무려져

 

붉은 사랑 꽃으로

가닥가닥 피어난다

 

사랑은 언제나

밥상 위에 차려져 있다고

 

뜨끈한 쌀밥 위에 

붉은 해가 뜨고

 

노란 별들이 익어가고

푸른 바다가 파고친다.

 

(감상: 해와 별과 바다가 힘들게 만들어낸 재료들이 어머니의 붉은 사랑꽃으로 가닥가닥 피어난다. 뜨끈한 쌀밥 상위에 해가 뜨고 별이 익고 바다가 물결의 노래를 부른다.)  

 

배추밭
절인 배추
빨간 배추 꽃 '김장'
마무리 김장

<김장 김치 꽃> e길. 시

입심 좋은 엄마의 빨간 양념 입담에

품앗이 엄마들 숨넘어가며

하하하 호호호 웃음꽃 핀다

 

등 굽은 새우 멸치 청각, 친구들 반가워

어릴 적 쉬해서 하얀 소금 뒤집어쓴

그리운 고향 바다 이야기꽃 피운다

 

속살 고운 하얀 배추에 화끈한 고추

바람난 무 대파 안고 춤추는 사랑놀이에

빨갛게 립스틱 바르는 순진 배추꽃

 

엄마들의 솜씨 좋은 맨손 수채화(手彩畵)

시원한 막걸리와 김 나는 수육 더해져

우리 집 포인세티아 빨간 김치꽃 피어난다.

 

(감상: 힘들게 농사지은 재료로, 마을 사람들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한다.

텁텁한 막걸리와 뜨거운 수육 먹으며 이야기하고 떠들고 웃으며, 지난 1년 동안의 수고를 마무리한다.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소박한 김치 축제다.)

 

농사는 현대의 사회생활

농사는 언제나 겸손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하며,

그러면 하늘이 도와 비로소 풍요로워진다.

작물마다 자라는 시기가 있어 잘 맞춰야 하고 아이들 돌보듯 정성을 쏟아야 한다.

농사를 짓는 것은 현대의 사회생활과 똑같다. 

 

<농사 명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열심히 한 만큼 결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땀 흘린 만큼의 수확)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꽉 찬 알맹이는 겸손)

곡식은 주인의 신발소리를 듣고 큰다. (부지런한 주인)

농부는 자연을 거역하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대로)

좋은 농사꾼에게 나쁜 땅은 없다. (일구기 나름)

농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난 것을 사람에게 남기는 것이다. (인본주의)

 

마치며

시골 김장을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 사람들은 굳이 힘들게 김장을 안 하고 사 먹거나 절임배추를 주문하여 손쉬운 김장을 한다.

시골에도 젊은 사람들이 아닌 나이 드신 어르신들만 '품앗이'김장을 하는 것 같다.

옛 전통의 김장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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