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1879~ 1944) 작가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독립 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시와 소설을 쓴 작가이다. 당시 조선의 시조와 시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산문시'의 전형이 되었으며, 은유와 역설의 자유로운 구사로 '근대 자유시'의 완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식민지 현실에서, 시조와 창 속에 갇혀 있던 '한국어'를 해방시켜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형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 어려운 문제와 무던한 노력을 한 작가들은 한용운, 김소월, 이상화이다.
<님의 침묵> 한용운. 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감상: 님이 떠나 버린 슬픔을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또는 혼자서 독백하는 듯한 모습이다. 불교의 '윤회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님'에 대한 사랑과 기다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경어체'를 사용하여 더욱 '호소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어 슬프지만 떠난 이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에 다시 희망을 품고 기다린다. '님'의 말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님의 얼굴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님'을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것이 아니며, 마음속에서는 '님'이 떠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님'은 빼앗긴 조국이나, 승려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이 될 수 있고, 정말 사랑하는 연인일 수 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생자필멸 사필규정: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결국에는 옳은 이치대로 흘러간다.
(이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낯설다. 그래서 익숙하지가 않다. 이별의 시작은 만남의 끝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한용운. 시
언젠가... 말 못 할 때가 옵니다.
따스한 말 많이 하세요.
언젠가...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값진 사연, 값진 지식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세요.
언젠가... 웃지 못할 때가 옵니다.
웃고 또 웃고 활짝 많이 웃으세요
언젠가...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가고픈 곳 어디든지 가세요.
언젠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만나세요.
언젠가... 감격하지 못할 때가 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세요.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저 물처럼 지혜롭고,
쉬지 않고 냉정하게 흐르는 인생으로 늘 웃음 가득한 나날들 되세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인생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직 하나뿐인
일회적 인생을 살다가 간다는 사실입니다.
옛 현인들은 우리들의 인생을
첫째: 참되고 진실되게 살고
둘째: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며
셋째: 보람스러운 삶을 추구하며 살라는 답을 주신 것 같습니다.
인생의 시작과 끝!
결국 내가 가져온 것도 내가 가져갈 것도 없는 것입니다.
다만 주어진 삶 속에서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면서
적당한 즐거움과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자신의 참다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김없이 가을이 또 다가왔습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놔두고
빈손으로 왔었던 그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인생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수래공수거 인생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임을 잊지 마시고
오늘도 더 멋지고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한 인생여정을
만들어가는 멋진 하루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상: 인간은 누구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처음 올 때 에도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 에도 가져갈 것이 없다. 우리는 이 뻔한 이치를 잊고 산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아름답게 살다 가자. 참다운 인생을 살자.
무사는 칼에 죽고, 궁수는 활에 죽듯이, 혀는 '말'에 베이고, 마음은 '생각'에 베인다. 사랑하면 행복의 밑천이 되고, 미워하는 것은 불행의 밑천이 되는 것이다. 열 번 칭찬하기보다 한 번 욕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어우렁 더우렁> 한용운. 시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 한
마음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 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 보자.
(감상: '어우렁 더우렁'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들떠서 지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왕에 온 세상 '잘 살다 갔다'는 말을 들어보자. 어우렁 더우렁 재미있게 욕심내지 말고 살자. 우리가 보통 인연이냐.)
마치며: 민족독립, 불교유신, 자유문학의 3대 사상가
만해 한용운 선생은, 불경의 사상을 인용하여 이를 현대적 자유사상으로 연관시켜 '만인의 평등사상'으로 설파했다. 조선의 민중이 역사 이래로 지배자로부터 온갖 수탈과 핍박을 당해왔음을 인식하고 불교가 앞장서서 민중을 구제하는 '불교사회혁신'을 주장했다.
그는 불교사상이 자유주의, 평등주의, 구세주의, 진보적 입장에 서야 함을 역설했다.
한용운 작가는 독립운동가로서 '민족 독립'을, 승려로서 '불교유신'을, 시인으로서 '자유문학'의 3대 사상가로서 절의와 행적을 남겼다. 그는 혁명사상으로 강렬한 현실비판 등 현세에서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참고문헌: '한용운 문학연구(일지사)/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위키백과/ 두산백과
한용운 1: 님의 침묵/ 언젠가는/ 어우렁 더우렁/
한용운 2: 알 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나의 꿈/
한용운 3: 그를 보내며/ 사랑하는 까닭/ 이별은 미의 창조/ 수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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