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만해 "한용운" (2)

e길 2023. 7.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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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은 독립운동가 겸 승려, 시인으로 일제강점기 때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하여 '저항 문학'에 앞장섰고,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였으며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 참여를 주장했다.

 

시인은 1879년 생으로 18세 때 고향 홍성을 떠나 백담사에서 불교서적을 탐구하다 1905년 '영제'스님에 의해 '수계'를 한다. 속명은 '정옥', 법명은 '용운', 호는 '만해'이며, 1919년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용운 생가터 '동상'

 

 

<알 수 없어요> 한용운.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감상: '님'은 밝은 낮을 지나, '저녁놀'의 초저녁을 지나 없어지고 즉 '낮'에는 있었던 '님'은 사라지고 서정적 자아가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로 비유되고 있다. 이는 서정적 자아가 '어두운 밤'에 있으며, 미약하나마 온 힘을 다해 어둠을 밝히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정적 자아는 밤을 지키는 자신의 노력이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듯이 '님'이 존재하는 밝음의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하리라 믿는다. 따라서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 즉 등불이란, '밤'으로 상징되는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서정적 자아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님'의 존재를 신비롭고 역동적인 존재로 형상화한 한용운 시인의 종교적 의지가 담긴 시다. '등불'은 조국의 독립을, '님'은 상실된 '주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시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나를 흙발로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감상: 화자는 '나룻배'이고 당신은 '행인'으로 묘사된다. 나는 당신을 싣고 나르는 도구이지만, 눈비를 맞으면서도 당신을 기다리며 흙발로 밟아도, 건너서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더라도, 언제 올 줄 모르는 당신을 '기다리며 낡아 간다'는 애처로운 상황을 시화하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님'을,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며 꽃다운 청춘을 오직 말없이 기다리는 것으로만 보내며 늙어가고 있다.)

 

<나의 꿈> 한용운. 시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이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당신의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감상: 별이 되어서 당신과 함께 하고, 귀뚜라미가 되어서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이 지극 정성의 사랑의 시는 '연애 시'로도 손색이 없는 사랑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조국'이든 '석가모니 부처님'이든 그 '당신'을 '지키고, 떠돌고, 울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시이다.)

 

마치며: 불교 사상, 독립사상, 문학 사상

 

한용운 작가는 시에 있어 퇴폐적인 서정성을 배격하고 불교적인 '님'을 자연으로 형상화했으며, 고도의 은유법을 구사하여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정신과 불교에 의한 중생제도를 노래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 되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인 '박명'이 있고, 저서로는 시집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조선불교유신론', '십현담주해', '불교대전' 등이 있다. 1973년 '한용운전집'이 간행되었다.

 

만해 문학의 특징은 불교사상과 독립사상이 예술적으로 결합된 '사상시'라는 점이다. 사상시는 종교적 신념, 정신적 가치관, 이념 등을 시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자유와 평등사상, 민족 사상과 민중 사상으로 요약되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불교적 세계 인식과 독립사상'은 만해 문학의 핵심으로, 만해 문학은 불교 사상,  독립사상, 문학 사상의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참고문헌: '한용운 문학연구(일지사)/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위키백과/ 두산백과)

 

한용운 1: 님의 침묵/ 언젠가는/ 어우렁 더우렁/

한용운 2: 알 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나의 꿈/

한용운 3: 그를 보내며/ 사랑하는 까닭/ 이별은 미의 창조/ 수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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