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만해 "한용운" (3)

e길 2023. 7.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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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승려, 불교개혁가, 혁명가, 사회운동가였으며, 3.1 운동을 계획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다. 민족 세력을 규합해 독립운동을 하고 일제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저항했으며, 시인으로서 주옥같은 작품을 통해 한글 문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또한 승려로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조선 불교의 개혁에 앞장섰다. 

 평소 입이 거칠고 곡차를 좋아해 괴짜 스님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 (자료: 한국일보)

 

<그를 보내며> 한용운. 시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요.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술, 흰니,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 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 같은 발꿈치가 보다 아름답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려다 말고 말려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은 가까워지고,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였더니,

갈매기보다도 작은 조각구름이 난다.

 

(감상: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니고, 보내고 싶어 보내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가지 않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님은 떠나고, 지금 보내지 않으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화자는 님을 보낸다. 떠나는 님의 뒷모습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된다. '구름 같은 뒷머리, 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 같은 발꿈치'가 참으로 아름답다.태껏 앞모습만 보다가 뒤태의 아름다운 모습이 이별하는 상황에서도 눈에 띈다. 화자는 이별의 상황에서도 '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느낀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마음이 가깝게' 느껴지려고 하는데 사람은 더 멀어져 간다. 글썽이는 흐려진 눈으로 '흔드는 수건'인 줄 알았더니 야속하게도 조각구름이었다. '님은 갔을지 몰라도 '님'은 여전히 화자의 가슴에 남아있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흉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감상: 화자는 '까닭'의 반복을 통해 자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까닭' 밑에는 꼭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화자'와 '당신'의 긴장감이 형성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출현이 화자의 시각을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이별은 미의 창조> 한용운. 시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울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감상: 이별의 미는 '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을 통해 긍정에 이르고, 그것을 다시 부정함으로써 더 큰 긍정을 낳는 변증법적 논리를 펴고 있다. 황금은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바탕으로 빛을 발하고, 검은 비단은 어둠 속에서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으며, 생명은 죽음 없이는 가치를 얻을 수 없고, 시들지 않는 꽃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님'과의 '다시 만남'을 전제로 한 이별은 분명 의미 있는 것이 되며, 또한 그 이별은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있는 이별이므로 새로운 미의 창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양승준, 양승국 '한국현대시 400선')

 

<수의 비밀> 한용운. 시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감상: '님'이 부재하는 현실에서 부재하는 님과의 재회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님의 옷에 수를 놓으면서 님을 사랑하는 데서 오는 아픔과 고통을 견디고 감내하며 오히려 님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성숙시켜 가고 있다. '마음이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는 추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했으며,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은 역설법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시대 상황으로 본다면, 일제 강점기에 님(조국)을 뺏겼지만 님을 보내지 않았고(정신은), 다시 돌아오기를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겠다. 보물 같은 내 조국은 곧 돌아올 것이다.

 1연은 옷을 다 지었으나 주머니에 수를 놓지 않음을, 2연은 주머니를 다 짓지 않는 까닭을 말하고 있다. '심의'는 신분이 높은 선비들이 입던 옷이고, '도포'는 선비와 양반들이 평상시에 입던 겉옷을 말한다. '자리옷'은 잠잘 때 입는 옷을 말한다.

마치며: 민중정신을 반영한 '님의 침묵'

한용운 선생의 저서 '조선불교유신론'은 불교 중흥에 대한 한용운 선생의 이론과 실천을 망라한 최대의 '불교시론'이라고 한다. 특히 당시 불교의 구태의연한 현실 안주의 자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현재까지 귀감이 되고 있으며, 가장 탁월한 불교 개혁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시인은 1926년 한국 근대시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인정받은 대표적 시집 '님의 침묵'을 발간했다. 그 시집에서는 충청도 방언과 토속어를 사용했다. 방언 및 토속어 애용과 서민적인 시어의 활용은 '님의 침묵'에 민중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참고문헌: '한용운 문학연구(일지사)/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위키백과/ 두산백과/ 구글)

 

한용운 1: 님의 침묵/ 언젠가는/ 어우렁 더우렁/

한용운 2: 알 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나의 꿈/

한용운 3: 그를 보내며/ 사랑하는 까닭/ 이별은 미의 창조/ 수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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