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돈도 없고 백도 없는,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
떡볶이 장사를 하는 허덕과 흐엉 님의 가판대 앞에서 연극은 시작되었다. 서울의 한 동네에 돼지빌라라는 보증금 오백만 원에 월세 삼십만 원이라는 원룸이 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아늑한 빌라에, 이웃 사람들은 서로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비록 몇 평 안 되는 작은 원룸과 옥탑방이지만, 그 돈에 이 정도의 집은 없다고 생각하며 고맙게 살아가고 있다.
'오백에 삼십' 이라는 너무 익숙한 단어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플롯에 푹 빠져서 관람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대학생들과, 부푼 꿈을 안고 첫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어딘가 익숙하고 설레게 하는 '오백에 삼십'이었다. 하지만 하루라도 월세를 밀리면 온갖 횡포를 부리는 악덕 건물주의 모습에서, 가난한 서민들의 서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씁쓸하기도 하였다.
시놉시스
두 시간이 좀 안되는 공연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져가는 공연이었던 것 같다. 경상도에서 올라와 포장마차를 하지만 항상 허덕이는 '허덕'과, 베트남에서 왔다가 불같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하고만 '허헝마이', 뺀질이 고시생 배변, 백치미 공주병 환자 미스 조!!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개성만점의 캐릭터 분들이 연기하는데, 다양한 감정변화와 상황이 만들어져 너무 많이 웃고 슬프기도 했던 것 같다. 특히 가장 매력적인 돼지빌라 건물주인 '박아정' 배우는 작품을 만들고, 연출, 그리고 배역까지 맡아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역할에 맞게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멋진 연기를 보여 주었는데, 모두 다 혼신의 힘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정말 대단한 열정과 혼신의 힘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저렇게 합을 맞추려고 수도 없이 연습했을 배우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또한 관객의 감탄소리 한마디에도 즉각 반응하는, 배우들이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열려있는 의지가 돋보였다.
연극적 플롯 구성
집세를 못내 건물주의 심기를 '역동적'으로 뒤흔드는 '도발적 사건'이 일어나고, 건물주는 집세 핑게 대면서 찾아오는 '무의식적 욕망'과, 잘생긴 세입자를 유혹하며 수족처럼 부리면서 자기 과시를 일삼는 '의식적 욕망'의 건물주라고 할 수 있겠다. 플롯 구조의 이야기 삼각형에서 보자면, 빌라에 사는 모든 세입자 '다수의 주인공들'과 건물주와 갈등을 벌이는 '내적 갈등'과 악독한 건물주가 죽었다고 하자 서로 죽였을 거라고 의심하며 분열하지만, 깨어났다는 말에 서로 안도하고 다시 화합하는 '열린 종말'로 끝맺음하는 '미니 멀리 즘'이라고 생각한다. 임신한 베트남 여자분의 설정은 '내면에서 외면으로의 인물묘사'로 '성격 화'한 것 같다.
작가의 의도와 해학
베트남 여인의 어눌한 억양의 말투가 많은 웃음을 주었지만, 외국 사람이라는 제 삼자의 시각으로, 현재 우리 한국인들의 자화상을 뒤돌아 보게 하려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어른들의 잘못된 말투를 어린아이가 그대로 따라 하듯이, 임신한 베트남 여인의 '욕설 따라 하기'와 잘못된 행동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을 보고 씁쓰레한 웃음을 짓게 했다. 이 연극은 서민들의 애환과, 어려운 생활이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또는 자신의 꿈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힘든 인생살이를 울고 웃는 해학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폭풍 몰아치듯 웃겨 주다가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룰 땐 공감과 슬픔을 주기도 하고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모습에선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게 한다. 신선한 작품성과 디테일한 연출력이, 배우들의 열정으로 더 빛나게 하는 것 같다.
반응형
'문화,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림포스 12신'과 신들의 '각축전' (0) | 2023.04.05 |
---|---|
OECD 꼴찌, 대한민국 출산율 (0) | 2023.03.25 |
송가인, 김호중의 "당신을 만나"와 모리스의 "모나코" (0) | 2023.03.22 |
여성 서사 뮤지컬 "다시, 봄" (1) | 2023.03.18 |
양쯔층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수상 (1) | 2023.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