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여성 서사 뮤지컬 "다시, 봄"

e길 2023. 3. 18. 20:25
반응형

'내 나이 벌써 반 백 살이네, 언제 이렇게 됐는지. 최선을 다 해서 살았지. 남편, 아이들을 챙기며' (뮤지컬 '다시, 봄' 중에서)

50대가 되어 생애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자식, 남편, 시댁 식구들 뒤치다 거리로 한평생 살아왔는데, 나이 들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뼈마디가 시리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잘 살아온 걸까, 앞으로는 어떤 생각, 꿈,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중년 층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아쉬웠던 기회들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뒤돌아 보게 된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 지금 살아가야 하는 이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무대 위 화려한 봄을 맞은 창작 뮤지컬. 여성 캐릭터가 극을 주도하는 '다시, 봄'

서울시 뮤지컬단 '다시, 봄'은 왁자지껄 시끄러운 수다 뮤지컬로 불린다. 딸과 아내, 엄마라는 이름 속에 자신의 꿈을 지우고 살다, 다시 시작하는 삶을 택한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유쾌, 상쾌하게 풀어낸다.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공연 침여자가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 창작 방식)를 도입한 점도 눈애 띈다. 실제 50대인 서울시 뮤지컬단 소속 애배우 7명을 비롯하여, 평범한 중년여성과의 심층 분석 인터뷰를 토대로 극을 구성하여, 작품의 진정성과 흥미를 높인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뮤지컬단 소속 배우 왕은숙, 권명현 씨 등 7명이 이미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후 5개월 후에 문희경, 장이주, 구해령, 유보영, 김현진 등은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다. 창작진 대다수가 여성이 참여한다. (연출; 이 기쁨. 극본, 작사; 김솔지. 작곡; 연리목. 음악 감독; 김길려. 장소; 세종 문화 회관 S시어터)  

 

학창 시절 선후배인 7명의 중년 여성들이 봄 나들이 버스 여행을 나섰다가 예상 못한 사고를 당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중년 여배우 14명이 무대에서 열연을 펼친다.

문희경 씨는 극중 한물 간 아나운서 '진숙'을 연기한다. 후배들에 밀려 은퇴를 앞둔 위기의 정년기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힘든 감정을 연기한다. 유보영 씨가 맡은 '은옥'은 사별 후 평범하게 살다가 친구들을 만나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대학 가요제 출신으로 일찍 결혼해 시집살이를 한다. 꿈을 뒤로하고 학교 선생님이 되어 가정에 충실했지만, 결국에는 정년퇴직 후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장이주 씨는 시골 농부인 '수현' 역을 맡았다. 30년 넘게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2019년 잠시 무대를 떠났지만 이번에 수현역을 맡았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고 주부로 살다가, 교통사고로 7개월 동안 의식 불명이었지만 극적으로 깨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울림이 있는 뮤지컬

자식도 다 크고 남편도 나이 들어 서먹 해지면, 결국엔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나이가 50대 인 것 같다. '다시, 봄'에는 평범한 주부부터 커리어 우먼까지 7인의 각기 다른 사연도 다양하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성숙한 여인들의 맛깔난 우리 삶의 정갈한 이야기라, 남녀노소 누구나 고개 끄덕이며 감상할 수 있는, 울림이 있는 뮤지컬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