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민족 시인 한용운, 이상화

e길 2023. 5. 20. 02:16
반응형

민족주의 한용운, 이상화 시인은 자유시에 관심을 갖고, 산문시가 말을 해체시키기 위해 반복 감탄사의 과용 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적절한 절제를 통한 형식 해체를 보여준다. 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가능한 다른 이미지가 동원되는데, 그것은 시인이 이미 언어를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을 입증한다.

 

이상화, '나의 침실로'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덴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뭇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는 듣느냐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ㅡ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날이 세련다 빨리 오려므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후략)

(오지 않는 애인, 곧 '마돈나'를 부르는 환상적인 요소와 관능은 보들레르 적인 시적 속성이다. 여기서 '마돈나'는 화자의 간절한 부름에도 오지 못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연인'이다. '침실'은 죽음의 세계, 영원한 안식의 세계, 뉘우침과 두려움의 먼 곳을 뜻한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참아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 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의 시는 불교적인 비유와 고도의 상징적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님'은 해석하기에 따라 '조국, 부처님, 연인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화자는 '님은 갔다'라고 말함으로써 객관적인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라고 하면서 주관적인 의지로써 '님'은 화자와 함께 있음을 강조한다. 즉 조국이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 있지만, 시인 자신은 조선을 독립된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용운과 이상화를 통해 한국 시는 하나의 공간을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하나의 상상 체계' 속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공간은 단순한 말의 반복이나 감탄사로 형성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하나의 뚜렷한 목표에 협력할 때 나타난다. 즉 자유시 산문시란 말의 반복이나 감탄사 과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적 공간을 이루기 위해 여러 이미지들이 서로 협조하여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족주의'의 자유시와 산문시

일제 식민지 시대에 문화적인 저항을 하였으며, 문학계에서는 두 세력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과정에서 식민지 시대의  우리 문화적 역량은 한층 성숙해 갔다. 우파인 민족주의(독립 세력) 세력은 최남선  이광수 한용운 이상화 등이었고, 좌파인 혁명세력은 최서해, 임화, 이기영, 김남천 등이다. 1920년대 후반 카프와 국민문학파의 대립은 1948년 정부수립으로 좌익 측의 월북, 전향으로 민족주의 승리로 일단락된다.

 

주요한 시인의 뒤를 이어 김소월, 한용운, 이상화 등 민족 시인들의 등장으로, 시조와 창 속에 갇혀있던 한국어의 해방으로, 이들은  새로운 시형의 탐구와 시조에 버금가는 새 형식 찾기에 몰두한 결과, 민요풍의 자유시와 산문시로 '현실과 초월'의 의미를 담아내게 되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나의 침실로'는 2대 걸작 시이며, 식민지 초기 시의 절정을 이룬다.

 

'나의 침실로'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망각 속에 있는 간도와 요동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아가도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시들은 이상화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투철한가를 보여준다. 그는 식민지 현실이 한국 궁핍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민 현상을 통해 직시하고 있으며, '빼앗긴 땅'에서는 그 어떤 제스처도 헛된 것임을 알고 있다. 그의 낭만주의적 성격은 거부할 수밖에 없던 현실인식의 결과이며, 극단적인 탈출욕구의 이상주의적인 경향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볼 수 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타고르의 시를 읽고'

'님의 침묵'

사람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남의 수건에 수놓은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그의 사랑은, 형상은 곧 자아라는 초월적 사랑, 비감각적 사랑이다)

 

'타고르의 시를 읽고'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주검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대를 황금의 노래로 그물 치지 마서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서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한용운은 초월적 사랑을 죽음의 상태라 비난하고 차라리 '피 묻은 깃대'를 세우라고 말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타고르의 시를 읽고'는 그때의 이별은 쓰라린 아픔이지만 그의 이별은 미학으로 승화되어 실연의 탄식이 아니라 개인의 강렬한 승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만이 초월상태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이별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는 타고르적인 초월세계(죽음)를 강렬한 역사의식, 개인의식의 표상인 이별을 통해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인은 식민지 초기, 강렬한 개인의식으로 한국 사회구조를 조명하고 명료하게 파악한 시인인 것이다.

 

마치며: 대표적인 민족 시인 한용운, 이상화

문학사조는 문학사상의 시간적인 흐름, 즉 역사적 발전 또는 전개 과정이라 문학과 역사가 만나게 된다. 문학은 언어 예술이므로 국가의 국어와 관련되어 국민 문학을 형성한다. 

한용운, 이상화 시인은 일본 유학을 했다는 공통점과, 윤동주, 이육사, 심훈, 조명희 시인과 더불어, 전 세계 한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6인의 대표적 저항 시인'이라고 불린다. 또한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윤동주 시인은, 조국의 해방을 1~2년 앞두고 순국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만해 한용운은 '기획하고 모의하고 주도하고 실행하였다'라고 3.1 운동의 첫머리에 밝힌다. 한용운 시인은 3.1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어 3년의 옥고를 치른다. 이상화, 한용운 시인은 일본 제국주의에 강력히 항거하는 대표적인 민족시인이다. 민족의 슬픔을 결코 무력한 슬픔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힘을 지닌다는 사실, 미래의 사명과 희망의 '조선'을 일깨워준 조국 충정의 시인들이자 빼어난 독립투사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