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미야자키 하야오)

e길 2023. 5.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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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의 만화 '바람이 분다'를 원작으로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실존 인물인 '호리코시 지로'를 모델로 그의 반생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인 '호리 다츠오'의 소설 '바람이 분다'의 일부 내용도 차용하고 있다.

작품의 구상과 내용

다이쇼 시대(1912.7~1926.12), 시골에서 자란 한 소년이 비행기 설계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아름다운 바람과 같은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고 꿈꾼다. 이윽고 청년이 된 그는 도쿄의 대학에 진학해 대군수산업의 엘리트 기사가 되어 재능을 펼치고, 결국 항공 역사에 남을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게 된다. 미쓰비시 A6 M1, 후에 해군령 식 군함 위 전투기 다시 말해 '제로센'인 것이다. 1940년부터 '제로센'은 세계에서 걸출한 전투기가 된다.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주인공이 살아온 일본의 시대는 폐색감이 짙은 시대였다. 관동 대지진, 세계 공황, 실업, 빈곤, 결핵, 그리고 혁명과 파시즘, 언론 강압과 전쟁에 이은 전쟁에 한편으로는 대중문화가 개화하여 모더니즘과 허무주의, 향락주의가 횡행했다. 주인공 지로가 비행기 설계사로 일한 시대는 일본제국이 파멸을 향해 돌진하여 결국 붕괴하는 과정이었다. 

바람이 분다 '포스트'

이 영화는 전쟁을 규탄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로센'의 우수함으로 일본의 젊은이들을 고무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민간기룰 만들고 싶었다는 등을 감싸려는 심산도 아니며, '전범(전쟁범죄인)' 호리코시 지로에 대한 옹호도 아니다. 

'제로센'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와 이탈리아의 선배(백작) 조반니 카프로니와, 같은 의지를 가진 자의 시공을 초월한 우정, 몇 번의 좌절을 넘어 소년기의 꿈을 향해 힘을 다한다. 카프로니가 '비행기는 아름다운 꿈이다. 설계가는 꿈에 형태를 부여하는 자다'라고 말하자, 지로는 '저는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미의 가치 추구)라고 말한다.

'지로'의 캐릭터 구상

20세기 일본에서 매우 특출했던 인물이 '호리코시 지로(항공 우주공학자. 전투기 '제로센' 설계자)'였으며 더욱 경애해야 할 인물이 '호리 타츠오(소설가. 바람이 분다 등)'였다. 비행기 설계자와 소설가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이 둘이 동일 인물처럼 보였다(미야자키의 말). '호리 타츠오'의 자전적 소설 '바람이 분다'는 폐결핵에 걸린 약혼녀를 산속 요양소에서 정성껏 돌보는 남자의 순애보적 소설이다. 당시 일본은 '폐결핵'이 크게 유행했고 군부의 힘이 사회 전체를 뒤덮는 절망의 시기였다. 그런 암울한 시기에 작가 호리는 순수한 사랑을 했지만, 끝내 약혼녀의 죽음으로 그 사랑을 끝맺는다.

'지브리'와 '바람이 분다'의 피디인 '스즈키 토시오'는 바람이 분다의 영화화를 제안했지만 미야자키는 거절한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를 위해 만드는 것이고 성인을 위한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 이에 스즈키 피디는 '전투기와 전함을 선호하면서 전쟁을 반대하는 미야자키의 모순의 답을 이제는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동료들은 일본이 무모한 전쟁으로 결국 패전하고 말 것이라는 걸 당연하듯이 얘기한다. 심지어는 독일인의 입을 빌려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독일이 파멸할 것이라 대놓고 말한다. 작가는 전쟁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주인공 캐릭터'는 전투기를 만들며 꿈을 이룬다.

마치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바람이 분다'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저도 당신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뭇잎이 흔들릴 때 바람이 지나가는 중입니다. 바람이여, 날개를 흔들고 당신에게 불어 가기를' (지로가 종이비행기를 접으면서 말한 대사)

Animism(애니미즘: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은 살아 있는 것이고, 애니메이션은 '생명이 없는 사물에 혼을 넣어 주는 것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2시간여의 상영 시간이라 전체 서사가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며, 초반 도입부터 캐릭터와 배경의 특성이 단번에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폐쇄적이면서 완성된 세계가 존재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 해결 형' 스토리텔링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 대체로 '극장용'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이 분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과 결국 그 꿈을 이루는 잘 그린 '극장용'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 서사와 공간을 초월하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바람이 분다' 애니메이션 영화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한 단어로 '환상(Fantasy)이라고 정의하는지 모른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반전 메시지와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실화를 재구성한 스토리와 깔끔하고 아름다운 작화, 애절한 음악이 잘 어우러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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