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9월의 향기

e길 2024. 9.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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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아이올로스'

뜨거웠던 여름, 그 후덥지근한 여름이 9월의 등살에 밀려 부리나케 달아나고 있다.
드디어,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자루에 담긴 가을바람을 풀어놓았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복잡한 세상이지만 자연은 변함없이 순리대로 더운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아이올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이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제우스의 총애를 받아 바람을 지배하는 신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바람을 동굴에 가두기도 하고 풀기도 하였으며, 트로이 대원정을 마친 '오디세우스'에게 순풍과 역풍이 담긴 자루를 내어주며 그의 귀향길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과대망상 '참새'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정신줄 놓다시피 더위와 싸워야 했다.
혹시 아직도 정신이 혼미하다면, 참새의 과대망상으로 웃고 모두 정신 차려보자.
 
저공비행을 하던 참새 한 마리가 마주 오던 오토바이에 부딪혀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다.
마침 우연히 길을 가다 그 모습을 본 행인이 참새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해주었다.
새장을 사 와 그 안에 물과 모이와 함께 참새를 넣어 주었다.
한참 뒤에 참새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제길, 내가 오토바이 운전사를 치어 죽인 모양이군. 도망도 못 가고 감옥에 갇히다니, 억울하다.'
 
새로운 9월에는 자기 감옥에 갇히지 않는 활기찬 파이팅 넘치는 시간 되시길.
 
 

코스모스(Freepik)


 
 

<9월의 향기> e길. 시
 

단발머리 소녀와
까까머리 소년이
손잡고 거닐던
추억의 비포장 신작로 길
 
수줍어 얼굴 붉어진
코스모스
설레어 하늘거리고
 
시냇가 버들치
하얀 배 반짝반짝 구애하며
은빛 웃음
마르지 않던.
 
9월이 오면
형형색색
코스모스
꽃편지 종이 위에
 
가을의 붉은 엽서를
빨간 노을 우체통에 담아
꽃향기 가득 실어
그대에게 부칩니다.
 
(감상: 9월이 오면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비포장 신작로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하늘 넘쳐흐르던 청춘의 길을 걸었지. 코스모스 따라 붉어진 우리들의 얼굴. 냇가에 버들치도 반짝반짝거리던 모든 것이 빛나던 시절. 무엇이 그리 즐거웠던지 웃음 끊이지 않았던 청춘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9월이 오면 옛날의 추억을 담은 코스모스 꽃향을 가득 담아 옛 친구들에게 보내 주고 싶다.)
 

백양꽃


 

마치며: 시련을 견뎌내는 백양꽃

9월은 결실을 꿈꾸는 계절이다.
자기를 잘 가꾸어 왔다면 그만큼 열매가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열매가 없다고 해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9월에도 아름답게 피는 꽃들이 있지 않는가.
 
9월에 피는 아름다운 '백양꽃'이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 계곡에서 처음 발견된 꽃으로, 그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감내하며 피는 꽃이다. 개성이 강해 주황색으로 피는데, 아름답기 위해 시련을 견뎌낸. 모든 아름다움에는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인 모양이다.
 
어찌어찌 잘 가꾸어 온 인생, 9월에 더 힘을 내고 견뎌내며 알알이 익어 가자.
아름답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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