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

e길 2024. 8.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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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말에,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라는 말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꾸로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바위에 새기는 것이다. 
 
원수를 마음에 새기고 나면, 그것은 나의 괴로움이 되어 얼굴 표정과 눈빛, 말이 사나워지고 거칠어진다.
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변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남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은혜를 마음에 새기면 고마운 마음이 생겨 온유하고 평온한 얼굴이 되어 누구에게나 즐겁게 대한다.

 

개보다 못한 사람

 
어떤 사람이 자기 형님 밑에서 일을 배우고, 나중에 독립해서 성공을 하였다. 형님 덕분에 성공했다고 주위에서 말을 하자, 
'자기는 형님 밑에서 개만큼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지냈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 말을 듣던 어떤 사람이,
'당신은 개만큼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책망을 하였다고 한다.
 
개는 고맙다고, 반갑다고 꼬리라도 흔들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며, 복도 못 받고 세상을 실패할 사람이다.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

 

감사(Preepik)

감사

 

미시간 호수에 배 한 척이 침몰됐을 때,
노스웨스트 대학의 학생 한 명이 물에 뛰어 들어가 빠져 죽게 된 사람 23명을 구출해 주었다.
수십 년 후에 그 청년의 용기를 칭찬했는데, 그때의 청년은 백발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 사건을 통해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단 한 사람도 고맙다는 말을 한 일이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감사(Preepik)


 

<둥글둥글> e길. 시

 
누구를 사랑하는 것
또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참 가깝기도, 또 멀기도.
 
살면서 담아 두어야 할 것과
많은
버려야 할 것들.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과거 속
잃어버린 많은 것들.
눈 감고 보니
원수만 새겨 놓고
다 쏟아버린 고마운 마음.
 
미움의 얼굴 가진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마음 삐뚤어 본 적 없는가
회사 건물 한 손으로 쥐어
몇 번이고 내동댕이 쳐본 일이 없던가
거울 속
싸늘한 원수가 웃음 뒤에 있는데.
 
살다 보면
모난 바위 비바람에 시달려
둥근 조약돌 되고
우리네 마음도 지구를 따라 돌고 돌아 
둥글둥글해지는데.
 
지나간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돌아와도
가버린 시간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떠나간 사람

이제는
마음을 잡아 틀어진 원수를 보내고
홀가분한

웃는 나로 돌아오기를.

내 마음속 꼬여진 소리에
귀 닫고
눈 질끈 감아
더 이상의 어긋남이 없기를.

 
(감상: 누구를 미워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런데 미움은 담아 두고 고마움은 다 버렸구나. 살다 보면 뾰족한 것이 세월 따라 둥글어지듯이, 이제 원수는 보내고 새로운 나로 돌아오기를. 가버린 시간과 떠나간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반듯한 나로 돌아오기를. 마음속 나쁜 미운 소리에 눈감고 귀 닫아 더 이상 어긋나지 않기를. 세상 둥글둥글 살아보자.)
 
 

마치며

 

서양 속담에서도,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연설록'에서의 가르침대로
'받은 은혜는 영원히 기억하고, 겪은 원한은 흐르는 물처럼 잊어버려라.'라고 하였다.
 
내가 당한 만큼 갚아 주겠다는 나쁜 생각보다는, 내가 고마움을 받았던 좋은 일들을 생각하며, 좋은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상대편의 고마움은 소문을 내고, 원한은 몸 밖으로 소리 없이 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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