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팝니다

어느 날 신문에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실렸다.
'아버지를 팝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였고, 내용인즉슨 아버지는 지금 노령이고 몸이 편치 않아서 일금 십만 원만 주면 아버지를 팔겠다고 적혀 있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세상 말세다'라며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고, 
다 늙고 몸도 성치 않은 할아버지를 누가 모시겠냐며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광고를 본 한 부부가 새벽같이 광고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갔다.
대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부부는 긴장한 듯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넓은 정원이 한눈에 봐도 그 집은 상당히 부잣집이었다.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부부는 또박또박 말을 했다.
'신문 광고를 보고 왔습니다.'
안내하던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더니,
'내가 잘 아는 할아버지인데, 그분은 몸이 좋지 않는데 왜 굳이 모시겠다고 하느냐'라고 물었다.
 
젊은 부부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각자 고아로 살다 부부의 연을 맺었는데, 부모 없는 설움이 늘 가슴에 남아 있었다고 차분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프거나 집안이 어렵지 않은 집안이라면 굳이 아버지를 팔겠다는 광고를 했겠느냐며, 우리에게도 부모님을 모실 기회가 온 것 같아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던 할아버지가 돈을 달라고 한다.
부부는 정성스레 가지런히 담은 봉투를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돈 봉투를 받은 할아버지는, 그 할아버지도 정리할 것이 있을 테니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하였다.
 
일주일 후, 부부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기다렸다는 듯 첫날 뵌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서 오게나. 나의 아들과 며느리야' 하시면서,
'응당 너희들을 따라가야 하겠지만, 집도 넓고 하니 이 집으로 식구를 데리고 오너라.'라고 하신다.
 
깜짝 놀란 부부에게 할아버지는 광고를 낸 이유에 대해서, '누구든 양자를 삼을 수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돈만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라는 말을 하였다.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젊은 부부는,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하셨으면 저희를 따라가셔야지요, 비록 저희가 넉넉하게 살지는 않지만 그곳에는 사랑이 있답니다.'라고 고집했다.
 
할아버지는 진정 흐뭇한 마음으로, '너희는 정말 착한 사람들이다. 너희가 날 부모로 섬기러 왔으니 진정한 내 자식들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너희 것이고, 너희는 나로 인해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너희의 착한 마음이 복을 불러들인 것이다.'라고 하며 기뻐하였다. 
 

아버지의 눈물(Pixabay)

 

<아버지의 눈물> e길

 
장마.
오락가락하던 마음이
세차게 내리고
쉬었다가 또
끝도 없이 비가 내린다
 
시골집 측간
떨어지는 하늘의 눈물
천지를 두루 헤메인
아버지의 못다 핀 이야기가
한 방울
두 방울
주옥같은 보석으로 왕림하셨네
 
썩어 문드러져야
아쉬움으로 피어나는 곰팡이 꽃
생전의 못다 핀 영혼이
방울방울
슬피 흐느낀다
 
하늘은
자기 가슴을 열어
못다 한 이야기를
또옥~또옥~
구슬픈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별들이 
줄줄이 떨어지는 과거속에서
아버지의 빛나는 말씀을
온몸으로 알알이 받고 있다.
 
(감상: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아버지가 만든 재래식 화장실. 옛날을 회상하며 경건하게 쭈그려 앉는다. 반백년을 버티고 있는 화장실이 아버지와 교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아, 비가 오면 빨리 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구슬픈 목소리로 또옥~ 또옥~ 들려준다. 그 보석 같은 아버지의 못다 한 이야기를 온몸에 받고 있다.)
 

마치며

착한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런데 착한 사람이 많아도 정작 내가 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어야,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모여든다.
 
나를 위한 착한 사람이 아닌, 남을 위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