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四端)의 수오지심
우리가 흔히 '사단이 났다'라는 말을 쓰는데, 맹자가 말한 그 사단은 선한 마음 없이 무자비한 마음으로 행한 일을 뜻하며, 수오지심은 양심이 있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이 사단을 일으키는 근본을 연결하면,
인(仁)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의(義)의 수오지심(羞惡之心)은 부끄러이 여기는 마음
예(禮)의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양보할 줄 아는 마음
지(知)의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아는 마음이다.
비판자를 감복시킨 지혜
미국 남북전쟁 때, 연방 대통령 '제퍼슨'이 로버트 장군을 불러,
'장군의 직속 부하사관을 지휘관으로 승진시키려고 하는데 적합한 인물인지 말해주게'라고 말을 하였다.
'그는 유능한 군인으로 지휘관의 자격을 갖추었습니다.'라고 로버트 장군은 보고 했다.
그날 밤,
그 부하사관이 찾아와
'저는 평소 장군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용서하고 지휘관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로버트 장군은 말하였다.
'자네가 나를 비판하는 것을 알고 있었네.
하지만 대통령의 질문은,
내가 자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였지,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었네.'
수오지심의 부끄러운 마음을 알고 감사를 표했지만,
그것을 겸손하게 다른 말로 바꾸어 대답하는 장군의 모습이 아름답다.
<미움> e길
새벽
조용한 이른 아침
밤새 푹푹 고은 사골 국물
허리 숙여
정중한 심사로
기름진 미움을 걷어 낸다.
우러난 맑은 국물에
한 조각이라도
흐물흐물 스며들지 않도록
굳어가는 미움을
정성을 다하여 붙잡아 낸다.
너를 싫어하면
너도 나를 싫어하는 것
미움을 걷어내지 못한 다면
네 안은
이미 폐가이며
나도 너처럼 몹시 추울 것이다.
(감상: 조용한 이른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눈을 감고 밤새 괴롭히던 미움을 돌아본다. 머릿속에 부글부글 끓는 미움을 한 조각씩 걷어낸다. 남을 미워하다 보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결국 그 기름덩어리는 부풀어 올라 나를 해치는 암덩어리가 된다.)
마치며
정약용의 다산학에서는 '사단'이 '인의예지'의 시초이기 때문에 그대로는 덕(德)이 될 수 없고, 그러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야 '인의예지'라는 덕이 완성될 수 있다는 '행동철학'을 강조하였다.
즉, '인의예지'라는 것은 남을 사랑한 이후에야 '인'이라 이르고,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는 '인'이라는 것은 존립이 안된다. 나를 착하게 한 이후에야 의(義)가 이르게 되지, 나를 착하게 하기 이전에는 '의'라는 이름도 존립하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염치'를 잃고, 아무리 막된 일을 하고 막된 말을 해놓고도 전혀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이 없어져 가고 있어 통탄할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관대작들, 국가 지도자들을 보고 다산 정약용 선생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철면피에 후안무치한 사람들만 출세하고 잘 나가는 세상,
'수오지심'이라는 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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