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등불

e길 2024. 5.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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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구에게 따뜻한 빛을 주는 등불이 되어 본 적이 있나요?

누구에게나 마음의 등불은 있습니다.

다만 꺼져 있느냐, 켜져 있느냐의 문제일 뿐.

 

등불

 

칠흑같이 깜깜한 밤이었다.
어떤 사람이 일을 마치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그 사람은 아이들과 아내가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빴다.
 
그런데 작은 시내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콸콸콸 물소리만 들려올 뿐 발 밑이 보이지 않아 발을 내딛을 수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다리를 건너려고 하오? 같이 갑시다!'
 
뒤를 돌아보니 저만치서 등불과 지팡이를 든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등불이다, 잘됐다!'
 
그 사람은 등불을 든 사람을 기다렸다가 무사히 다리를 건넜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리를 잘 건넜어요. 저희 집이 근처에 있는데 잠시 쉬었다 가시지요.'
'사실 지금 다리가 무척 아팠거든요. 감사합니다.'

 

등불(Pixabay)


 

눈 감은자와 눈 뜬 이의 '배려의 등'

 
그 사람은 등불을 든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부인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남자는 등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앞을 못 보는 장님인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앞을 못 보는군요. 그런데 왜 등불을 가지고 다니는 거죠?'
'제가 등불을 가지고 다니는 첫 번째 이유는 제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잘못된 길로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빨리 발견하고 구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저와 부딪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오늘처럼 다른 사람들의 어두운 길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왜 앞 못 보는 장님이 등불을 들고 다니는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한 그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눈 감은자와 눈 뜬 이를 위한 '배려의 등'이었던 것이다.
 
 

<절름거리는 등불> e길. 시

 
분명
아직 낮인데
어스름한 어둠이 내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핸드폰

개그 코너를 보며 미소로 걷다
같이 웃던 
가로수에 순간 앞 통수를 맞고
떨어진 눈은 빛을 잃었다
단춧구멍 실눈으로
더듬어 찾은 빛을 파는 곳

연휴라

눈을 닫았구나.
 
엉거주춤 돌아와
어지러운 불 켜지도 않은 채 
어두운
더 어두울
캄캄해진 초야(初夜)를 헤아린다.
 
밤이

언제쯤 걷힐까

조급함에
까만 커튼 살며시 걷어보는
순간에
한 줄기 놀러 온 빛  쪼르르 달려와
어둠의 자식들 일으킨다
너덜너덜 해진 버려질 모자

갈 때 가더라도
반가운 빈 머리 흔들어 깨운다.

 

그래
언젠가

버리려던 상자 속 부러진 안경! 

외면당했지만

용서하며 소중한 나로 다시 돌아온 그대.

고통스러운

아픈 내 다리 하나 떼어내고

한쪽 외 눈

조심스레 달래어 본다

상처 없는 아픔은 빛이 아니었음을.
아 드디어 
세상이 걸어오는구나.

 

휘청 거리는

흔들리며 가는 세상.
절름거리는 나의 등불!
 
(감상: 나의 즐거움으로 인한 작은 실수가 동반자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쉽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가 없구나.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한 안경하나가 나에게 엄청난 기쁨을 주는구나. 그 동반자 아픈 과거의 고통스러움을 달래 주려고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구나. 비록 흔들리는 세상, 한쪽 눈 알이 없어 도수가 맞지 않아 휘청거려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랴. 내 눈 같은 동반자의 빛을 잃는 것에 비하면... 온전치 않지만 내 등불인 것을.)
 

마치며: 한낮의 등불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낮에 등을 들었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세계의 반쪽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훈계하려는 선지식의 대중을 향한 사랑이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래서 정말 어두운 줄 모르는 내면의 마음 세계도 함께 비춰보라는 자비심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등불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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