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44년이 되었다.
광주 민주항쟁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라남도와 광주시 일원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다. 군부 등에 의한 불법적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하였다.
광주 5.18 소설 '소년이 온다' 리뷰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작품을 쓰는 동안 매일 울었으며, 어떤 날은 딱 몇 줄 쓰고 하루종일 울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너'라고 자주 나오는데 동호를 부르는 호칭이라고 하며, '너'라는 것은 이미 죽었다고 해도 '너'라고 부를 때는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러서 살아있게 하기 위한 마음이며, 안타까워 간절히 부르면 그 '소년이 온다'는 작가의 믿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말을 심장에 받아 적듯이'
'소설을 쓰는 동안 그 묘지에 가끔 찾아갔다.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날씨가 맑았다.
향을 피운 뒤 눈을 감고 서 있으면, 온 세상이 눈꺼풀 바깥으로 밝고 찬란한 주황색이었다.
마치 아주 따뜻하고 친근한 수많은 존재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온기 속에서,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들의 말을 내 심장에 받아 적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과연 진실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해도, 어쨌든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밖에는 길이 없다고, 인간의 참혹에서 존엄으로, 그 아득한 절벽들을 연결하는 허공의 길뿐이라고'.
(한강 작가의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 소감문)
'소년이 온다'
5월 18일. 함께 시위대에 휩쓸렸다가 총을 맞고 쓰러진 친구 '정대'를 찾는, 16살 중학교 3학년 '동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하는 일을 돕는 동호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초를 밝히던 중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오늘은 위험할 수 있으니 집에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남아 있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동호는 숨을 거둔다.
<5.18 망각의 밤> e길. 시
이른 새벽
느릿하게 큰길 건너는 수태한 고양이
텅 빈 도로
기척 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검은 승용차
두어 번 파닥이다
이내 조용하다
출렁이는 뱃속의 흐느낌.
16살 중학생
광장 인파에 휩쓸리다
총소리와 함께
몸부림치며 떠나간 친구
그를 찾으러 간 시체보관소에서
조국의 총으로 자신마저 심장이 뚫리는
5.18 못다 핀 꽃송이들.
인민군에 전향이냐 처형이냐
고문의 한 시간 '유예'
처형을 택한 국군 포로
하지만
그 유예마저도 없이 순간에 지고 만
뱃속의 길냥이와 광주의 청춘들
뚜렷한 영문도 모르고 죽어 간.
햇빛의
파편에 얼룩진 이슬에도
눈이 시린
순결한 어린 청춘들!
그들이 가고 난 뒤에도
다시 캄캄한 밤이 된 우리의 세상
더 이상 어두워 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을 어두운
망각의 밤!
(감상: 고양이 빨리 지나가라는 배려도 없이, 속도 줄이지 않고 그냥 치어버리는 승용차,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소년들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 희생시킨 5.18의 게엄 군인들. 죽는다는 생각도 없이, 이유도 없이 순간에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청춘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 '유예'는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된 국군 소대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룬 오상원의 소설이다.
마치며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도 묘지에 찾아가 향을 피우며, '그날'의 못다 핀 청춘들의 진실을 담으려 노력하는 한강 작가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묻어나는 슬픈 소설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광주'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 인지도 모른다.
광주 피해자들의 자살률이 한 동안 많았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죽지 말아요'
(작년 5월에 올린 '소년이 온다'를 재 구성하고 시를 추가한 포스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