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누나'의 희생
가난했던 우리나라 60~70년대의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의 부흥을 위해 일조한 아저씨 형님 누나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 나라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서글픈 옛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초등학교만 졸업한 누나가 있었다.
바로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가 몇 푼 되지도 않은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머리가 커지자 봉제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시다부터 시작해 잠도 못 자면서 죽으라고 일만 했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쓰는 것도 아까워 돈을 버는 대로 고향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다. 그 많은 먼지를 머리에 하얗게 뒤집어쓰고 소처럼 일해서 동생 셋을 대학까지 보냈다.
시집가는 것도 아까워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고 숙명이라 생각하며 이 악물고 일만 했다.
위암 말기 판정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이상해서 약국에서 약을 먹다 쓰러져 동료들이 업고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 절제 수술을 하면 살 수 있다고 의사에게 듣게 된다.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동생아 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3.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동생이 골프를 치다 말고 말한다. '누나 내가 그 돈이 어디 있어' 누나는 알았다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는다.
서울에서 변호사를 하는 둘째 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누나 요즘 수임이 없어서 힘드네'라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사정 이야기를 하자 막일하는 동생이 부인과 함께 울면서 단숨에 뛰어왔다.
'누나 집 보증금을 빼왔어. 이걸로 수술합시다.' 누나는 막내의 사정을 뻔히 알아 껴안고 울기만 했다.
수술하기 전날 밤 보호자 침대에서 잠들은 올케를 바라보던 누나는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횡단보도에 서 있던 누나는 자동차 불빛 속에서 넘어져 있었고, 한 많은 이승과의 삶을 마감하고 만다.
누나의 목숨 값
올케는 꿈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올케를 토닥이는 누나의 손길이 느껴져 놀라 깨어보니 누나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빈 침대 위에 놓인 편지를 본다.
'막내야 올케 고맙다. 죽어서도 너희들 잊지 않을게.
그나마 보험이라도 들어놔서 이거라고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참으로 기구한 누나의 운명이었다.
누나가 죽고 장례식에 참석도 안 한 두 동생들은 누나의 사망보험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막내를 협박한다. 똑 같이 나누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 법적인 모든 것을 하겠다. 두 형수와 함께 욕을 하며 위협을 한다. 막내는 줘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누나의 핏값을 두 형으로부터 지키고 싶었다.
몇 개월의 소송 끝에 판결을 한다.
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누나의 휴대폰의 문자를 잃어 주자, 두 형은 두 말 못 하고 밖으로 나간다.
이렇게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누나는, 성자 같은 삶을 살다가 아무것도 없이 죽어 갔다.
< '누나'라는 이름> e길. 시
외양간의 소처럼
공장 소죽 주는 대로 배 채우고
국적 모를 뽀얀 먼지 감사한 일터
내 육신의 아픔이라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던 꿈.
꿀꺽, 맛난 것 먹고 싶어
이쁜 옷, 순간에 사시가 되고
좀 더 눈 입 닫으면
동생들의 칠판이 되고
부푼 운동화 하늘을 나는데.
어쩌다 온 첫사랑
등 굽은 고향에 밟혀
사랑도 사치다
밤새 눈물 콧물 주먹 쥐며
바~이 내 사랑!
못 배우고
가난한 설움이
내 아픔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잠시 빌린 가여운 육신마저
기어이 흠집을 내고 마는구나.
짝 없는 반쪽 연(緣) 없는 팔자
미련도 없는 한 조각의 꿈
누나라는 이름의 어미새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훨~ 훨 웃으며 날아 가리라.
(감상: 시골 농촌의 장녀로 태어나 배우지도 못하고 식모로,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많은 시간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일을 했다. 최소한의 경비만 남기고 시골 동생들의 학비로 쓰며 대학까지 가르친 누나. 그러나 막상 병에 걸리자 두 동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은 가난도 욕심도 '아무것도 없는 곳' 곧 '유토피아'를 말한다. 누나라는 이름의 어미새로 막내 동생에게 보험금을 남기고, 욕심 없는 안식처로 떠난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은 장자(莊子)의 '소요유'와 '응제왕'편에서 발췌)
마치며: 꼰대라 폄하 말자
60~70 년대 산업화를 이끌던,
우리의 누나들 형님들 그리고 부모님 세대들께 '꼰대'라고 폄하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가시고기처럼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도자였다.
'세상에서 제일 가여운 바보는
가장 가까운 인연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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