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한 아들
재작년 12월 첫눈 오는 눈보라 속에서 첫 면회를 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제대 2개월여를 남기고 있다.
'군대 간 아들'을 포스팅하고 많은 격려와 응원의 댓글 감사드리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2탄을 올리게 되었다. 또한 군대에 가 있거나, 앞으로 군대 가는 아들이 있다면 염려하시지 말라는 뜻으로 포스팅한다.
처음에는 서로 힘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열심히 잘하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입 짧고, 추위 잘 타고, 약했던 몸인데 군대에서 규칙적인 식사와 생활로 늠름한 사나이가 되었다. 부대 내 헬스장이 있어서 몸에 근육이 많이 붙었고, 특히 팔 근육을 보고 많이 놀랬을 정도로 우람해져서 참 좋았다.
<오는 봄> e길. 시
숨을 몰아쉬며
저 가파른 진관사 삼각산에
하얀 깃발을 세운 눈발들
북한산 옥녀봉이 하얗게
백발의 지붕을 덮었다
한 폭의 설경에 파묻힌 진관사
날아가는 독수리 기와집 한옥마을
산 이야기 들려주고 싶어
입 부르튼 두툼한 소나무 옹이
눈 덮인 겨울산이 숨차게 자랑한다
다섯 번째 면회 가는 길
눈꽃송이 설화가 반긴다
스님머리 불두화꽃 소복이 쌓였다
눈발도 함께 따라 걸으며
오는 봄을 재촉하고 있다
넓은 설원 황톳빛 연병장
힘찬 구보를 하며
가쁜 숨을 토해내는
수증기 맺힌 늠름한 아들들이
달려오는 것 같다
국방부 시간이 아로새긴
어느새 아들 작대기꽃 병장
세월의 상혼에 빗금 친
내 인생의 굴곡진 작대기 주름
어쩌면 아들과 나는 영혼의 동기생
부모는 나라에 자식을 보내고
아들과 같은 군대 생활을 한다
장소만 다른 이심전심 성심으로
일병 상병 병장 진급을 같이 하며
이른 아침부터 함께 달린다
드디어 같이 달려온 결승점 봄!
혹독한 겨울을 경험한 자
세상의 풍파를 즐길 줄 알고
간절한 생명의 봄을 꿈꾼 자
곧 홍매화꽃 피우게 될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무색무취 얼음꽃
똑 똑 한 방울씩 깨어나
향기 나는 꽃의 세상에
형형색색 일곱 색깔 무지개 꽃
진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아들아! 봄이 제 오신다
(감상: 전역을 두 달여 앞둔 아들 면회를 다섯 번째 가는 2024년 1월 6일, 주위 풍경이 아름답고 여유롭게 보인다. 날아갈 듯 고풍의 한옥 마을과 눈으로 멋진 설경을 만들어낸 진관사 설산 소나무 군락이 눈부시다. 얼음이 되어 겨우내 움츠리고 엉켜 있었지만 이제 훈풍이 분다, 이제 곧 봄이다.)
군대 편의시설의 발전
옛날 군대를 생각하고, 힘든 훈련과 열악한 환경으로 많은 고생을 예상했는데, 지금의 군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개인 침대에 샤워장, 컴퓨터실, 노래방 등 모든 것을 갖추었고 현대화되었다. 무엇 보다도 일과 시간이 끝나면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통화와 카톡으로 밥은 먹었는지 확인하고 안부를 전할 수 있어 안심하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끼며 우리나라 병영 시설과 문화 발전에 감동을 한다.
정기 휴가도 날자와 기간을 본인이 알아서 쓸 수 있고, 분기마다 정해진 외출과 외박이 있어 너무 좋았다. 우리 아들은 운 좋게도 대중교통 2시간 거리라 외출과 외박 때도 집에 올 수 있어 행운이다.
마치며: 버티는 놈은 강하다
어떤 특별한 사정이 없는 남자라면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 사나이를 단련하여 만드는 '대장간'을 경험한다.
구부러진 마음과 정신을 뜨거운 불과 담금질로 바로 세우며, 힘찬 매질의 단련으로 느슨했던 육체를 바로 잡는다. (멋진 센 사나이(?)로 표현하려다 보니 과장됨. ㅎ)
강한 정신으로 버티면 강한 사나이가 된다.
'이기는 놈이 강한 것이 아니라, 버티는 놈이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