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얼굴

e길 2024. 1.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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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선 가수 노래 '얼굴'

 

7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얼굴'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2018년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정인과 알리가 평양 관객들 앞에서 합창하여 큰 주목을 받았던 노래이다.

 

이 노래를 부른 '윤연선' 가수는 여자 포크송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이다. 인기를 끌면서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1975년 히트하던 번안곡 '고야'가 사회를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유신체제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되자 가요계를 떠난다. 이후,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던 윤연선에게 방송 출연과 음반 제작 제의가 수없이 밀려들었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신문사의 문화부 기자가 윤연선이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고 적으며, 그녀는 아직도 미혼으로 혼자 살고 있다는 문구를 기사에 덧붙였다. 그 한 줄의 기사가 그녀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첫사랑의 재회

 

가수 시절 그녀는 같은 동네에 살던 의대생과 사귀게 되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여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그 남자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그녀와 절교를 하고 맞선으로 만난 여자와 결혼하고 말았다. 혼자 남겨진 그녀는 노래도 그만두고 조용히 은둔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30여 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서 노래를 부른다는 기사를 그 남자의 두 딸이 보게 된 것이다.

그녀들은 아버지의 첫사랑 연인이 그 유명한 노래 '얼굴'을 부른 윤연선이었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오래전 이혼하고 혼자인 남자에게 두 딸은 그녀가 콘서트를 한다는 기사를 내보이며, 아버지의 첫사랑이 아직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만나 볼 것을 권유한다.

망설이는 남자는 딸들의 집요한 권유에 못 이겨 홍대 근처에서 그녀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얼굴'을 찾아갔지만, 그날따라 가게를 비워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메모를 적어두고 왔지만 연락이 없자 남자는 딸들의 강요에 못 이겨 또다시 그녀를 찾게 된다.

사랑의 약속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30여 년 만에 만난 윤연선은 가슴 깊이 묻어둔 이별의 아픈 상처와 오랜 시간 동안 혼자 견뎌왔던 세월이 야속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몇 번의 만남이 지난 후 남자는 다시 청혼을 하게 되고, 그녀는 고민 끝에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보름달(Freepik)

 

<보름달 '얼굴'> e길. 시

 

동그랑땡을 좋아했던 그녀

술잔에 문득 비친 그녀의 얼굴

황급히 엄마전집 문 열고 나가

이슬 물먹은 하늘을 노려본다

성에 낀 눈에 들어온 밝은 꽃 달

오늘따라 유난히 달도 희구나

그러고 보니 둥근 보름달이네

달덩이 같은 그녀의 고운 얼굴

 

 

저 둥근 흰 달이

수십 바퀴도 더 놀다간 자리

내 심장에 새겨놓은 사랑 나이테
그러나 지금은 아스라이 돌아서간

보일락 말락...... 희미한 생략의 점선

그녀와의 숨 가쁜 인연이

송진 인향(人香) 품은 옹이가 되어

내 가슴 굳은살로 박혀있구나  

 

그래도 어김없이 보름날

한 달에 한 번씩 방긋 웃는 

핼쑥하고 새하얀

계수나무에 드리워진 그늘진 얼굴 

차디찬 세월 내 피가 시려  

누런 보름달 고명으로 수놓은 동그랑땡과

한숨으로 한잔 술을 마시며

너를 만난다

 

(감상: 파전집 식당에서 술 한잔을 마시다, 동그랑땡을 좋아했던 그녀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픈 사랑의 기억에 당황하며 바깥으로 나갔지만 하얀 보름달이 그녀의 얼굴을 닮았다. 행복할 줄 알았던 그녀는 핼쑥하게 그늘진 얼굴이다. 그녀를 닮은 동그랑땡과  술을 마시며 그녀를 만나지만, 나만 너를 볼 수 있구나.)

 

마치며

 

윤연선 가수의 30여 년 세월을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사랑, 묘한 인연으로 우여곡절 끝에 기적같이 다시 재회하는 사랑 이야기는 수없이 애절하게 부르며 애틋하게 그린 '얼굴'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그랗게 동그랗게 무심코 그린' 수 천 번이나 부른 그 '얼굴'이, 정말 기적처럼 나타난 것이다.

 

'애절하게 진정으로 부르면 그 님을 만날 수 있다' 

 

<얼굴>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윤연선 노래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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