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젊은 연인들'

e길 2023. 12.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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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서정 '젊은 연인들'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겨울이면 생각 나는 노래가 있다.

잔잔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노랫말로 1977년 이후 큰 인기를 끌었던,  '젊은 연인들'이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1977년 처음 열린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서울대 트리오가 부른 '젊은 연인들'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젊은 연인(Freepik)

 

가슴 아픈 연인들

남녀 대학생 여러 명이 겨울 산에 올랐다. 일종의 동아리 M.T 같은 것.

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눈이 내렸고, 정상에 거의 올랐을 때쯤 바로 그때 발 밑에서 눈사태가 발생했다.

돌아갈 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당황해진 남녀 대학생들은 눈을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찾은 곳은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동굴 안에서 눈을 피할 순 있었지만 밤이 되면서 엄습해 오는 추위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용감한 남학생 두 명이 구조를 요청하기로 결심하고 눈 속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동굴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겉옷을 벗어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추위를 달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닥불은 점점 꺼져가고 그들은 얼어 죽기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꺼져가는 모닥불 앞에 그들의 운명도 그렇게 서서히 꺼져 갔던 것이다.

밤새 눈 속을 헤치고 날이 밝아서야 민가에 도착한 두 학생은 급히 구조대원을 불렀고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미 모두 숨져 있었다고 한다. 마침 떠오른 아침해가 동굴 안을 환하게 비췄고 햇빛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띤 채 그렇게 멀리 떠나 버렸던 것이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저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젊은 연인들> 민병무 작곡, 방희준 작사. 노래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이 세상 모든 것 내게서 멀어져 가도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이 세상 모든 것 내게서 멀어져 가도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감상)

연인들의 다정한 사랑이야기를 노래한다.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이 세상 모든 것 내게서 멀어져 가도... '낙원'이라는 단어가 의미 심장하다.

낙원이라 함은 흔히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즐거움이 있는 곳이며,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이상세계를 뜻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난과 슬픔을 느낄 수 없는 곳으로 '죽은 뒤의 세계'를 비유해 이르기도 한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시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그림자가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감상: 유신 시절의 고난을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 사랑을 춥게 하겠냐. 힘든 젊은 연인이지만 '나'와 '당신'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비단을 만들어보자. 기다리면 겨울을 이긴 봄이 찾아오듯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 )

 

마치며: 안타까운 작사 작곡가

 

안타까운 사연으로 '젊은 연인들'을 만들었던 서울대 공대생 민병무(작곡)와 방희준(작사)은 1971년 성탄절에, 서울 충무로 대연각 호텔 화재 때 164명의 희생자들과 함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작곡가 민병무의 동생 민병호는 형이 남긴 '젊은 연인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서울대 트리오를 결성 1977년 대학 가요제에 참가하여 동상을 수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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