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갈대'와 '배려'

e길 2023. 10.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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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조들은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고 공동체로 보았다.

자연중심적 사상으로, 사람도 자연 속에 포함된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었고, 사람이 자연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으니 자연은 사람과 같은 존재였으며,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 할지라도 결코 사람보다 못한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보았으며,

사람이 아픈 것처럼 자연도 아프고

사람이 기쁜 것처럼 자연도 기뻐한다고 느꼈다.

생로병사가 사람과 똑같았다.

 

갈대

 

그래서 전통적인 서정시 창작 방법의 의인화는,

말 그대로 자연을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자연이 사람과 똑같아지니 자연은 사람의 사고 능력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갈대> 신경림. 시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감상인간의 고독하고 슬픈 외로운 존재를 갈대로 의인화하고 있으며, 연약한 존재인 인간은 조금만 가슴 아파도 이렇게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한 것이다.)

 

갈대의 눈물

 

신경림 시인은 갈대가 운다면서,

갈대의 몸을 흔드는 것이 바람이나 달빛이 아닌 갈대 자신의 조용한 제 울음이라고 말한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며,

갈대의 눈물과 인간 세상사 눈물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눈물 나는 시인가.
얼마나 아름답고 깨달음을 주는 시인가.

갈대를 사람과 똑같이 의인화 한 최고의 명시이며,

갈대의 울음에서 사람이 살면서 갖게 되는 설움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깨달음이다.

 

갈대의 배려

시인이 갈대와 하나가 된 것처럼 이 시를 읽는 우리 자신도 갈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갈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자연에 대한 배려인 것이며,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음을 아름답게 베풀지 않으면 독이 생기고, 타고난 재능을 좋은 곳에 쓰지 않고 아껴 두면 장롱 속 면허증이 될 뿐이다. '생각은 깊고 마음은 넓게'라는 선현의 말씀이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배려> 강원석. 시

 

바람도 

때로는 갈대를 피해서 분다.

 

빗물도 

가끔은 나뭇잎을 적시지 않는다.

 

달빛도 

한 번쯤 밤을 양보한다

 

오늘은

꽃잎을 바라보는 그 눈길도

잠시 거둔다면 좋겠지.

 

마냥 아름다울 수는 없으니.

 

(감상: 바람도 때로는,  빗물도 가끔은,  달빛도 한 번쯤 배려하며 세상과 조화를 이룬다.

 꽃잎이 마냥 언제나 예쁠 수가 없으니, 바라보는 눈길도 잠시 거두자는 화자의 배려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마치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걸 '갈대'는 미쳐 물랐으며,

자연의 아름다운 '배려'를 시인은 끄집어내어 주고 있다.

이것이 시에서 말하는 '배려'의 요소다.
시보다 더한 배려 방법을 어디서 찾겠는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친절하고 공손한 태도를 가지면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배려다.

'배려는 나를 넘어서는 도약대이고, 그래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연결고리이며, 선택이 아니라 공존의 원칙이다. 사회는 경쟁이 아니라 배려로 유지된다'

 

(참고문헌: 강원석 '내 그리움이 그대 곁에 머물 때'/ 신경림, '갈대'/ 나무위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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