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줘
귀뚜라미'
일본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짧은 정형시) 시이다.
풀밭에서 노숙하는 '잇사'가 돌아누우며 이미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귀뚜라미에게 말을 건넨다.
돌아 눕고 싶으니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모든 시인은 '생태주의자'라더니, '잇사' 시인의 순수한 마음이 잘 표현된 시다.
나태주 시인은,
'잇사의 시에 오면 세상의 모든 천대받는 것들, 구박받는 것들, 버림받는 것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평등하게 어울린다. 참 별난 세계, 꽃 장엄 세상(화엄세상), 또 하나의 열린 아름다운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베푸는 것이 최고의 소통이다
태국의 이동통신회사 '트루무브(True Move) H'의 3분짜리 TV 광고가, 전 세계 네티즌들을 울린 적이 있었다.
시장 골목에서 약국 주인아주머니가 6~7세의 어린아이 머리를 쥐어박으며, '도둑놈'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서 허름한 식당을 하는 주인아저씨가 끼어들며 아이에게, '얘야 어머니가 어디 아프시냐?'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식당 아저씨는 약값을 내어주고, 비슷한 또래 자기 딸에게 식당 가서 수프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소년은 수프와 약을 들고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뛰어갔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식당주인아저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응급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비가 2,700만 원이 나와, 딸은 '식당'을 급매물로 내놓았다. 피곤한 딸이 잠시 조는 사이에, 3분짜리 광고에 나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병상에 놓여있는 병원비 청구서에는 금액이 0으로 바뀌어 있었고, 청구서 뒤에 메모지 한 장이 있었다.
'당신 아버지의 병원비는 이미 30 년 전에 지불되었다. 3통의 진통제와 맛있는 수프와 함께'
그 소년이 성장해서 의사가 되었으며 식당 주인아저씨의 주치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의사는 30년 전 약과 수프를 준 아저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TV 3분짜리 영상의 마지막 자막은
'베푸는 것이 최고의 소통입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앞을 볼 수 없는 '맹인' 한 사람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손에는 등불을 들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그와 마주친 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군,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니지?' 맹인은 대답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그럽니다. 이 등불은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하는 것이지요'
(바바하리다스의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중에서)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나보다 먼저 상대방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치며: 양심적 배려
잠시 동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생활에서 쉽게 배려를 실천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남을 배려하는 행동이며,
내 말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좀 더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도 작은 배려의 시작이다.
하찮은 귀뚜라미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잇사'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파리, 벼룩, 개구리처럼 약하고 천대받는 존재를 향한 동정심과 연대감'이라고 류시화 시인은 말한다.
또한 식당 아저씨의 약한 자에 대한 동정하는 마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연대감과 양심적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갈대'의 '배려'가 이어서 업로드됩니다.]
(참고문헌: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하이쿠 모음집/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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