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안국선 소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e길 2023. 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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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비판 회의'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각종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사회의 부조리와 현실을 비판, 풍자하는 우화 소설이다. 다른 신소설과 다른 점은 '나'라는 1인층 관찰자의 시점으로 인간현실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가

꿈속에서 인간의 비리와 인간의 간사한 현실 사회를 성토(聲討)하는 동물들의 회의장에 들어가 동물들의 회의 내용을 기록하여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꿈속에서 현실을 비판한 후 꿈을 깬다는 서사구조를 보이고 있다.

 

일제가 1909 년 한국 최초로 '금서(禁書)로 지정한 소설이다.

 

free pik/ brgfx

 

<금수회의록> 안국선. 소설(줄거리)

"나"는 인간사에 대해 개탄하다가 흰 구름 아래 더없이 부드러운 바람결에 잠깐 잠이 들어 꿈속에서 '금수회의장'이라는 곳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늘과 땅사이에 있는 무슨 물건이든지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서슴지 말고 말하고, 듣고 싶으면 회의 내용도 자유롭게 방청하라'는 알림판을 보고 있는데 길짐승, 날짐승, 벌레, 물고기, 풀, 나무, 돌 등의 행렬에 의해 엉겁결에 밀려들어가 그 회의를 모두 보게 된다.

 

그곳에 많은 동물들은 인간의 비합리, 모순, 부도덕과 온갖 악행들을 낱낱이 드러내며 비판하고 인간을 동물의 밑으로 깎아내린다. 

 

개회사에서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사람 된 자의 책임을 의논하여 분명히 할 일.

둘째, 사람의 행위를 듣고 옳고 그름을 의논할 일.

셋째, 요즘 세상 사람들 중에서 인간의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조사할 일.

 

이 세 가지 문제를 토의하여 자신들과 사람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그 사람들이 여전히 악한 행위를 일삼으며 반성하지 않으면 '사람'이라는 이름을 빼앗고, '이등 마귀'라는 이름을 갖게 할 것을 하늘에 아뢰겠다고 강조한다. 이어 금수들이 하나씩 등장하여 제각기 인간을 비판하고 조소하는 연설을 한다. 

 

(밑줄선은 동물들의 생각을 말한다.)

제 일석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가 늙은 부모를 돌본다) : 까마귀가 인간의 불효함을 비판한다.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봉양함. (까마귀가 논밭에 날아드는 것은 해충을 없애기 위함이며, 까마귀를 흉조라고 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을 미리 알려주기 위함이지 까마귀가 흉하고 꺼릴만한 새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제 이석 호가호위(狐假虎威 실력도 없는 사람이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허세와 세도를 부린다) : 여우가 인간의 외세 의존(간사함)을 비판한다.(여우는 호랑이 위세를 빌렸다는 말에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꾀를 냈다고 주장하며, 인간이 오히려 요망하고 더러운 존재라고 반박한다.)


제 삼석 정와어해(井嘩語海) : 개구리가 인간의 견문이 좁음을 비판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해 못 한다. (인간들은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체 하기 일쑤고, 조금이라도 알면 악용하기 일쑤요, 욕심 채우는 일에 급급하며,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며, 개구리 자손은 개구리를 닮은데 인간은 마귀를 닮는다고 주장한다. 


제 사석 구밀복검(口蜜腹劍) : 이 인간이 말은 달콤하게 하나 속은 칼 즉, 해칠 생각만 가짐을 비판한다. 입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좋은 말을 하지만, 배 속에는 음흉하게 칼을 숨기고 있다.(벌에게 꿀은 양식이요, 침은 자기 방어를 위해 있는 것이지만, 인간의 입속의 말은 변화무쌍하여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악독한 것이라며, 또한 참으로 입에 담지 못할 흉악한 소리가 다반사라며 정직함을 강조한다.)


제 오석 무장공자(無腸公子) : 가 지조 없는 인간과 지배 계급의 부패성을 풍자하며, 장난스러움을 비판한다. 무장공자란 '속이 없는 자'라는 뜻으로 인간의 가벼움을 뜻한다.(인간이 게에게 창자(지조와 절개) 없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창자는 온통 썩어 더럽다고 한다. 그리고 게는 제 구멍이 아니면 들어가지도 않는데, 인간들은 보이기만 하면 들어가려고 해서 화를 자초한다며 그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제 육석 영영 지극(營營之極) : 파리가 인간의 간사함과 권력욕을 비판한다. 파리가 먹을 것을 찾아 윙윙거리면서 빈번하게 날아다니는 모양을 비유한 말이다. (사람들이 파리를 소인의 성품과 태도를 말하지만, 사람들이 오히려 간사하고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 하는 존재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좋다는 조강지처도 버리고 금방 다른 여자와 만나는 것이 올바르냐며 비난한다. 파리는 쫓아도 다시 온다고 미워하는데, 쫓을 것은 안 쫓는 다며 인간의 더러운 생각, 욕심, 간신배 등 나쁜 것이나 쫓아라고 비웃으며 말한다.) 

 

제 칠석 가정맹어호(笴政猛於虎) : 호랑이가 인간의 가혹함과 탐욕을 비판한다. 가정맹어호는 민중을 탄압하는 가혹한 정치가 있는 곳이 호랑이가 횡포를 부리는 곳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호랑이는 정해진 이치대로 살뿐이며, 오히려 인간의 포악성은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학문과 지식을 악용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를 개발하여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짓을 하고 있다며, 호랑이는 포악 무쌍하지 않고 은혜를 알고 의리를 갚을 줄 아는 동물이라고 그런 '고사'도 많이 있지 않냐고 주장한다.


제 팔석 쌍거쌍래(雙去雙來) : 원앙이 인간의 음탕함을 비판한다. 불건전한 남녀 관계를 비판하고 부부 금슬을 강조한다. (원앙새는 어디를 가거나 오거나 할 때에 항상 같이 다닌다는 '쌍거쌍래'를 통해 화목한 부부의 의를 강조하며, 인간의 추하고 음란하고 복잡한 남녀관계와 가정의 화목함을 경시하는 형태를 비판한다.)

 

 

(감상: '금수회의록'은 회의 형식과 우화적인 소설로 개화기의 시대적 상황과, 타락한 인간을 고발하고 자주의식을 성찰하는 신소설이다. 온갖 비리와 간교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인간사를 비판한 작품이다. 격변기 혼탁한 사회에서 탐욕과 간교함으로 욕구를 달성하려는 인간들을 향해 여러 동물들이 세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화적이고, 회의 형식, 연설체 산문형식이 표현의 특징이라 하겠다.

 

금수회의록은 인간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이솝식 우화의 방법이 사회비판을 위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정치소설이다.)

 

마치며: 연설 토론적 우화  정치소설 '금수회의록'

우리나라 개화기 소설은 단순한 계몽에 몰두되어 대부분이 '고담잡서(古談雜書)'의 소설로 인식이 되었다.

개화기 신소설 중에서도 '정치소설'의 한국적 전개는 안국선 작가의 '금수회의록'이 대표적이다. 

 

안국선(1878~ 1926) 소설가는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개화기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신소설 작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단편 소설집 '공진회(共進會)'를 펴냈다.

 

(참고문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무위키/ 네이버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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