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엄마 걱정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천륜이라고 하며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생활환경이 변화하여 소중한 관계를 잘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시(詩)를 통하여 부모와 자식 간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되새겨 본다.
신사임당과 기형도의 시(詩) '엄마 걱정'은 사실적인 경험으로 우러나오는 심상으로 표현해서 더 애잔함을 느낀다. 가장이 되어 홀로 애쓰시는 엄마를 걱정하는 '기형도'시인과, 어머니를 홀로 남겨 두고 떠나는 '신사임당'의 애절한 '엄마 걱정'이 우리의 가슴을 짠하게 울려온다.
<엄마 걱정> 기형도. 시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연의 윗목
(감상: 기형도 천재 시인이 열 살 무렵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져 가세가 기울었고,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고된 삶과 어머니를 기다리는 화자의 외롭고 두려운 마음을 표현했다.
빈방에 홀로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회고하며 지금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기형도 시인은 1960~1989년으로 인천 연평도 출신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때부터 작품을 꾸준히 냈다. '잎 속은 검은 잎', '짧은 여행의 기록', '기형도 전집' 등이 있다.)
조선시대 '엄마 걱정'
유교 문화가 융성했던 조선시대 서포 김만중은 귀양 생활 중에 혼자 쓸쓸히 계실 어머니를 위해 <구운몽>을 지었고, 어머니가 사망하자 <윤 씨 행장기>를 지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5만 원 지폐에 등장하는 신사임당의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는 아직도 널리 애송되고 있다.
<어머니 그리워(사친 시思親詩> 신사임당. 시
늙으신 어머님(母親)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머리 돌려 북평 땅을 한 번 바라보니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산처럼 내 고향 천리연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송정가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 한 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혜락 모이락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 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 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
(감상: 사임당(師任堂) 신인선(申仁善 1504~ 1551)은 문장가요 화가다. 시와 그림에 능한 예술가이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다. 48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우리나라 현모양처(賢母良妻)의 상징적인 인물로 추앙을 받는다.
남편을 따라 친정 강릉을 떠나 한양으로 향하는 잿마루에서 고향 북촌을 바라보며,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애절한 마음으로 지은 시다. 청산은 저물어가는데 외로울 어머니를 탄식하며 애틋한 효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임당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딸 다섯이 모두 출가하자 적적한 노년을 홀로 보내, 사임당은 걱정을 항상 많이 했다고 한다.
사실 신사임당은 남편이 외도를 하며 가정에 소홀했지만 시어머니 또한 진정으로 극진히 모셨다. 또 가정에 어려운 난관이 있었지만 이를 잘 이겨내며 자신은 물론 부모와 자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치며
부모와 자식은 혈연관계다. 그래서 천륜이라고 한다. 천륜 (天倫)은 진정한 마음으로 대할 때 본질이 빛날 것이다.
현대 핵가족 사회에서 어린 자녀를 학대하거나 힘없고 늙은 부모를 돌보지 않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현모양처 신사임당의 귀감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신사임당과 기형도의 시를 감상하면서 천륜의 관계를 다시 한번 자성해 본다.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키백과/ 네이버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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