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양식 '영계' 삼계탕과 '꿩대신 닭'
여러분은 올여름 몇 마리 정도의 닭고기를 드셨나요?
우리는 여름이 되면 지친 몸의 기를 보충하기 위해 영양식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부드럽고 먹기에 부담 없는 영계 삼계탕을 많이 먹는다. 삼계탕(蔘鷄湯)은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몸보신용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또, 우리는 '꿩대신 닭'이라는 말을 어쩌다 쓰게 되고 들을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이 없을 때 허술하지만 비슷한 것으로 대체한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영계'라고 하는 것은 '음식의 성희롱'
영계백숙에서 '영계'라는 닭은 없다. 영계는 YOUNG(영. 젊은)+ 계(鶏. 닭)이다.
영계백숙은 '연계백숙(軟鶏白熟. 연한 닭백숙)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삼계탕의 닭은 대략 550~600g 정도 된다고 한다. 20여 일 '닭 공장에서 찍어'내어 나온 닭이 아니라 병아리다. 그래서 닭고기가 맛과 영양이 떨어지니까 삼계탕에 인삼과 들깨 등 견과류를 얹어서 나온다. 보통 닭들은 100일이 지나야 중닭이 된다. 1년을 넘겨 키우는 닭들도 있다.
그런 20일 된 병아리들을 우리는 또 몸보신한다며 맛있다고 먹는다. 다른 닭들에 비해 '영계 삼계탕' 병아리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자기 생애에 20배 넘어 사는 동료 닭들도 많은데 말이다.
'영계 삼계탕'이라 부르지 말고 그냥 '삼계탕'이라고 하자.
'영계라고 하는 것은 음식의 성희롱'이다
꿩대신 닭
'꿩대신 닭'이라는 말을 쓴다.
아주 귀하고 고급적인 것이 없으니까 아주 싸고 허술한 물건으로 대체한다는 말인데, 닭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분 나쁠 것이다. 주인공이 꿩이라니.
그럼, '나, 대타?'
요즘 대세 인기 최고인 '치느님'은 아주 황당해할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비웃으며 말이다.
'난 요즘 세계를 접수한 유명인이란다. 내 이름은 거의 영어야. 캔터키 치킨, 후라이드 치킨, 바비큐 치킨 등, 아 참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내 손주 같은 뼝아리들을 잡아 멋진 '영계 삼계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지.
뼈대 있는 집안도 아닌 '꿩' 너네들하고는 비교를 하지 마라, 저런 꿩대가리들.'
닭이 꿩의 약점을 무시하듯 말한다.
사실 꿩은 뼛속이 텅텅 비어있다.
'속'이 없는 것이다.
옛날에 시골 어른들은 허황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저런, 속없는 놈'이란 표현을 하곤 했다. 또 꿩은 겁을 잔뜩 먹었을 때는 머리만 수풀에 숨긴다. 자기 눈만 가리면 모든 것이 보이지 않을 줄 안다. 그래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꿩 대가리"라고 놀리기도 한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뼈를 비우는 진화를 스스로 해왔다.
그래서 요리할 때 뼈에서 살을 발라내기가 어렵다. 꿩요리 전문 음식점에 가면 속이 빈 뼈를 잘게 다져 꿩만두를 만든다. 어쩌다 먹다 보면 아주 작은 뼈가 씹힐 때가 있다.
옛날에는 떡국을, 꿩을 사냥해서 국물육수를 내고 고기로 고명을 얹어 먹는 궁궐이나 양반들의 고급음식이었다. 먹을 고기도 많지 않은 옛날 사람들은 공짜로 잡은 꿩이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또한 '하늘 닭'이라 하여 좋은 일을 가져오는 길조(吉鳥)라고 하니, 정말 꿩의 위상은 대단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꿩을 잡기도 힘들거니와 잡을 꿩도 많이 없어 일반 서민들은 먹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꿩을 대신해 생김새가 비슷한 닭을 대타로 키웠는데, 영양과 맛도 좋고,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아 금상첨화(錦上添花. 좋은 일+ 좋은 일)가 된 것이다. 그래서 새해 설날에 떡국의 주재료가 닭으로 바뀌면서 '꿩대신 닭'이란 말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꿩은 떡국뿐만 아니라 평양냉면의 주재료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꿩은 1년 이상 키워야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 채산성이 떨어지고 가축으로 개량된 닭과 달리 방목 형태로 사육해야 해서 늘어난 수요를 감당 못해 닭으로 대체되었다.
닭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20일로 생을 마감하는 '영계' 삼계탕과
땜방으로 불리는 '꿩대신 닭'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닭의 찬미
닭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준다. 어린 병아리는 자신을 희생하여 삼계탕을 주고, 토실토실 살찌워서는 백숙과 찜닭, 닭볶음탕을 준다. 알을 낳을 때는 하루에 하나씩 꼬박꼬박 따뜻하게 세금 내듯이 바친다. 또 인간의 다음 영양을 위해서 후손 병아리를 정성껏 선물한다.
우리는 실내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이뻐해 주는 단 1% 만이라도 닭을 찬미하고 이쁘게 생각하며 감사하게 즐겨야 하겠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 억울한 '닭'이 될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하찮은 존재'로 무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찮은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닌 대우받는 사람이 되려면, 실력을 기르고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깃털을 멋지게 단장하고 뼛속도 단단히 채워 넣자. 급하면 머리부터 숨기는, 비겁한 꿩은 되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한 '치킨'이 되자.
(참고문헌: 나무위키/ 네이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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