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돌아가는 길

e길 2024. 3.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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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15분'

총명하고 똑똑한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열심히 인생을 살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의사로부터 앞으로 15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것처럼 그는 정신을 잃고 망연자실하여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5분이 지나갔다.

 

그때 병실로 전보가 한 장 날아왔다.

억만장자 삼촌의 유일한 상속자로, 이 젊은이에게 모든 재산을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또 다른 한 소식이 전해진다.

그가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 최우수 논문으로 통과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전보가 날아왔다.

그토록 결혼을 반대했던 장인이 드디어 결혼을 승낙했다는 소식이었다.

 

죽음 앞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소식들을 붙들고 15분이란 시간은 다 흘러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면서 '15분'이라는 단막극은 끝이 난다. 

 

호텔 투숙객

숨을 거두는 이 젊은이에게 재산, 학위, 결혼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잠시 좋은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처럼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쓰고 살아간다.

그러나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세상의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하늘로 다시 돌아갈 때에는, 세상의 좋은 것들을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행복한 부부(Freepik)

 

<돌아가는 길> e길. 시

 

물은

바다에서 와서

세상보다 낮은 곳으로 흘러

다시 돌아가고

 

불은

태양에서 와서

세상보다 위로 솟구쳐

다시 돌아가며

 

인간은

하늘에서 와서

세상에서 지은 업(業)의 무게로

다시 돌아간다. 

 

겸손한 혼자 높은 곳 오르려 않고

정열의 낮게 엎드려 비굴하지 않는데,

탐욕의 인간은 죽어 승천 못해

우주 미아로 돌며 이승을 토해낸다.

 

다시 돌아가는 길!

죽음은

끝이 아닌 완성의 순간이며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의 축제이리라.

 

고운 흔적 남기고

축복의 고요 속을 맨발로 걸어 나와

결곡한

하얀 빈손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감상: 모든 것은 다시 돌아가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고 무르익어 완성된 축제다. 이 생에  흔적 남기고, 훌훌 벗고 떠나는 이는 얼마나 가볍겠는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옛날, 큰 부자가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어 시신을 장지로 옮길 때, 반드시 두 손을 관 밖으로 내어 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여라.'

유언에 따라 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갈 때 두 손을 관 밖으로 내어 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람들아 보아라. 나는 돈도 많고 집도 크고 식솔들도 많지만 오늘 나는 홀로 돌아간다. 부귀영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더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생, 평생 모은 재산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음이니...'

 

이렇게 관 밖으로 두 손을 내놓도록 한 까닭은 인생은 올 때도 빈손, 갈 때도 빈손임을 깨우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돈 보다 더 소중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무언으로 깨우치고자 했던 것이다.

 

마치며

빈손으로 가는 우리네 인생인데, 천 년을 살 것처럼 욕심내고, 고민하고, 어찌 그리 욕망으로 남을 다치게 하고, 어찌 그리 욕심으로 세상을 등지려 하는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있다고 더 오래 살고, 없다고 더 적게 사는 인생도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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