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비우는' 지혜

e길 2024. 3.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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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사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꽃(Freepik)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소음과 다름없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줄은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삶이 피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놓아버려야 할 것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비워버리는 연잎처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이 욕심에 집착하면 불명예 외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좋은 것을 담으려면 먼저 그릇을 비워야 한다.

욕심은 비워야 채워진다.

악기는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린다.

비우면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의 외침을 듣는다.

(법정스님)

 

<비우는 지혜> e길. 시

 

마음의 욕심은

너무나 깊고 넓어서

매일

퍼내도 퍼내도 

다시 바다를 이룬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

비워야 소유할 수 있고

뼛속 까지도 비우는 새

먹기만 하면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다.  

 

예쁜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초록을 벗어야

고운 단풍 옷을 입는다.

 

잔이 

비어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잔이 아니듯

마음도 몸도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연꽃처럼

지저분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며

흙탕물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기를.

 

잠시 

왔다 가는 세상

헛되고 헛된 것이라

짧은 어리석은 

욕심 내려놓기를.

 

내려지고

또 미끄러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무에 기어오르는

지혜 배워가기를.

 

세상은

지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올곧은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더라.

 

(감상: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욕심을 비워야 얻을 수 있으며, 꽃을 버려야 후손을 얻는다. 잔을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잔 지식 보다도 올곧은 지혜로 세상에 순응해야겠다.)

 

마치며

'부자(富者)란 어떤 사람인가. 자기의 운명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유태 경전에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자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만족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자신이 감당할만한 무게 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버리는 연잎의 지혜를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 보다도, 몇 곱절 먼저 이 지구를 지키는 자연에서 배우게 된다.

 

물방울 털어내며 자태 뽐내고 있는 연꽃,

우리도 쓸데없는 욕심 탈탈 털어버리고 멋지게, '멋짐'을 뽐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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