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여류시인 설도의 "동심초"

e길 2023. 8.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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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곡 '동심초(同心草)'의 원시(原詩)

'설도(薛濤, 768~832)'는 중국 당나라 여류시인이자 명기(名妓)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8~9세에 이미 시를 지을 줄 알았던 설도는, 재능과 미모로 이름을 널리 알린 여인이다. 당시의 일류 문인들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眞), 유우석(劉禹錫), 두목(杜牧) 등과 교류가 많았으며, 원진과는 사귄 사이다.

 여류 시인 '설도'의 1.200여 년 전에 지은 시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애창되는 '동심초' 가곡이다.

 

설도를 기념하기 위한 '망강루' 공원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더운 정도가 아니라 푹푹 찐다.

더위 때문에 이것저것 보다가 늦게 잠이 들어 휴일 아침 늦잠 자려고 하는데, 이른 새벽부터 매미까지 시끄럽게 울어대어 잠을 깨운다. 짜증은 나지만, 매미의 성화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다.

 아무리 컴컴한 땅속에서 길게는 17년 동안이나 기다리다 세상에 나와, 잠시 짝짓기를 한 뒤 죽어버리는 기구한 매미의 '생'이라지만, 피곤한 몸 회복하려는 우리의 시간을 방해하고 있다.

 

아침 수면을 방해하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아름답다고 표현한 시인이 있다.

여류 시인 설도(薛濤)다.

 

<매미> 설도. 시 (유희재 역)

 

이슬에 씻은 듯 맑은 소리

멀리서 울려옵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잎사귀 사이 가지런히 해줍니다

 

소리마다

이어지고 이어져

 

가지가지 

깃들어 있습니다

 

(감상: '이슬에 씻은 맑은 소리'라고 매미의 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또 바람이 불어와서 잎사귀도 가지런히 정리를 해주는데, 그 사이 가지마다 매미의 아름다운 소리가 깃들어 있다. 이슬처럼 맑은 소리가 나무 가지마다 깃들어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동심초(同心草)

 

'설도' 시인은 생전에 500여 편의 시를 지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88수의 시만 전해지는데, 이 중

'춘망사(春望詞)' 네 수 중 세 번째 수를 시인 '김억(金億, 호는 안서) 선생이 번역하고, 김성태 선생이 작곡하여

'동심초'가 탄생하게 된다.

 김억 선생이 번역하면서, 원시(元詩)의 기본 내용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2절로 나누었고,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를 멋지게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심초> '설도' 원시, '김억' 역시, '김성태' 작곡. ( '춘망사' 3수). 가곡.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감상:꽃잎은 지고 세월은 가는데, 우리는 맺질 못하고 풀잎만 맺으려 하는가. 기약 없이 기다리네.

 '원진'은 감찰어사로 설도가 있는 '성도'에 와서, 미모가 뛰어난 설도에 반하게 된다. 또한 설도의 글솜씨에 놀라고 탄복하였다. '원진'은 배우자가 없어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4년여를 사랑하면서 설도는 많은 사랑 시를 썼다. 하지만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 오해가 있으면서 둘은 소원해졌고, '원진'이 승진하여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이후 설도는 후회하며 일백 여수의 시를 써서 원진에게 보냈고, 원진도 화답 시를 보낸다. 예쁜 '설도전'에 시를 정성껏 마음을 담아 보낸다.

 당나라 사람들은 흰 종이에 편지를 쓰는 것을 불길하다 여겼는데 '설도'는 편지지를 물들이는 재주가 뛰어나서, 아름다운 시전을 주위에 나누어 주었다. 설도가 만든 시전은 워낙 유명해서 이를 설도전, 완화 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편의상 '한문' 시는 제외한다.)

 

<원앙초(鴛鴦草)> 설도. 시

녹향만향체: 싱그러운 꽃봉오리 향기로운 섬돌에 가득

양양원앙소: 들썩들썩 어울린 어린 원앙이라

단오춘일장: 오직 긴 봄을 즐거워할 뿐이니

불관추풍조: 가을바람이야 무에 걱정할 것 있으랴

 

<기증설도(寄贈薛濤> 원진. 화답 시

금강활니아미수; 금강의 매끄러움과 아미산의 빼어남

환출문근여설도: 변하여 탁문군과 설도가 되었구나.

언어교투앵무설: 말씨는 앵무새의 혀를 훔쳤고

문장분득봉황모: 문장은 봉황의 깃털을 나누었네.

분분사객다정필: 시인들 붓을 멈춘 이 많고

개개공경욕몽도: 공경 대부들 영광이라 여기네.

별후상사객연수: 헤어져 서로 그리운데 아득한 강 저편이라

창포화발오운고: 창포꽃 피고 오색구름 높겠지.

 

(감상: '원앙초'는 설도가 보낸 대표적인 사랑 시다. 이에 원진(벼슬하면서, 허난성 풍류시인)은 정이 깊은 '기증설도'를 화답 시로 보낸다. 하지만 '원진'은 설도보다 나이도 어리고 재모도 두루 갖춘 여인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한다. 참고로 원진은 '설도'보다 10살이나 어렸다고 한다.)

 

마치며: 30여년을 기다린 '설도'

여류시인 '설도'는 원진과의 정분이 각별했지만 헤어진 뒤,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오직 비분상심의 감정을 붓 끝에 모아 시를 짓는데 열중했다. 헤어진 뒤 10년이 지나서도 원진을 사모하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삼십여 년을 원진을 못 잊고 기다린 설도는 62세에 세상을 하직했다.

 죽을 때까지 원진을 사랑한 그녀는 절개 있는 마음으로 대나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설도가 살다 간 '성도'에는 설도를 기리기 위한 '망강루' 공원이 있는데 130여 종 이상의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풀을 묶어 약속하던 옛사랑 놀이 동심 쇄(同心鎻)라는 놀이가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힌 사랑을 바라는 마음으로 매다는 풍속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관광명소에서도 철망에 자물쇠를 매다는 연인들을 볼 수 있다. 아무쪼록 그 사랑이 꼭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동심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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