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청록파", 박목월: '나그네'시의 탄생 비화

e길 2023. 8.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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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時)의 징검다리 "청록파"는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문장'지를 통해 등단한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시인을 말한다. 세 시인은 '청록집'을 통해 해방의 감격 속에서 시인들의 초기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세 시인은 조지훈 시인의 성북동 자택 '방우산장'에 모여 '청록집'을 탄생시켰으며, 광복이전과 이후의 한국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청록집

 

청록파 시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연 친화적이고, 전기의 전원시를 한층 발전시킨 참신한 감각의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박목월: 1916~1978. 경주 출생. 자연의 향토적 서정을 노래함.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교수역임. 

박두진: 1916~1998. 안성 출생. 존재 탐구, 신앙탐구에 중점을 둠. 연세대, 이화여대 교수역임.

조지훈: 1920~1968. 영양 출생. 민족 정서, 전통의 향수를 담음. 고려대 교수(고대 교가, '민족의 아리아' 만듦)

 

 

박목월 시인은

중학교 때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잡지에 당선되면서 아동 문학가의 길을 걸었으며,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도 박목월 작품이다. 정지용 시인은 ' 북에는 '소월'이 있고, 남에는 '목월'이 있다'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박목월 시 '나그네' 탄생 일화

박목월이 자신의 고향인 경주로 조지훈을 초대해 담소하며 보냈는데, 서울에 도착한 후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편지로 시를 보낸다.

 

<완화삼(莞花杉)-木月에게> 조지훈. 시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감상: 한번 만나고 싶어도 하늘도 멀고 물길은 칠백 리라 너무 멀구나. 꽃과 자연과 한잔씩 하며 놀다 보면 멀리 떨어진 서울의 해야 할 일은 꽃이 지고 만다. 같이 상경하자고 자꾸 말하는 것도 '병'인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좋은 풍경과 술이 익는 저녁노을은 부러워서 마음이 흔들리며 올라왔다.

 조지훈 시인은 '보름동안 경주에 머물다 상경하였으며, 5년여를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하소연하다가 해방을 맞았다'라고 박목월 시인의 '산도화' 발문에서 조지훈 시인은 밝혔다. )

 완화삼(莞花杉)은 '꽃을 감상하는 선비의 적삼./'차운산'은 차가운 산.

 

(박목월은 조지훈의 시에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는 대목을 따 답장으로 '나그네'라는 시를 써 보내게 된다.)

 

<나그네> 박목월. 시 (부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지훈에게)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감상: '조지훈에게': 세상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이 일제 강점기에 무엇을 하겠느냐. 아무 사심 없이 구름 속에서 유유자적 한가롭게 가는 저 달처럼 멋진 자연이 있는 강나루 건너 이곳이 너무 좋다. 가는 길은 많이 있지만, 나에게는 이 길 밖에 없구나. 이 좋은 자연에서 술 한잔씩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서 아무 욕심 없는 나그네처럼 살고 싶다.)

 

이 답장이 유명한 시가 되었으니.

 이후부터 박목월 시인은 '구름에 달 가듯이' 인생에서 힘을 빼며, 장소를 옮기는 시, 나그네처럼 움직이는 시, 마지막 저승으로 가는 시도 즐겨 썼다.

 

<나무> 박목월. 시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 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감상: 이곳저곳을 다니며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역시 움직이며 사물을 관찰한 시다.

수도승(묵중 하게 서있음),

어설픈 과객(몹시 추워 보임),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외로워 보임),

내 안에 뿌리를 내림(침울하고 고독한 모습)

 '나무'를 이용해서 '장소'를 이동하며,  화자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진술하는 것이다. 유성-조치원- 공주-온양-서울로 이동을 하며 나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별> 박목월. 시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뭐라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라카노, 뭐라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뭐라카노 뭐라카노

니 힌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감상: '뭐라카노' 경상도 방언을 시에 수용하여 성공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저승으로 가는 시다.

이 시는 죽어서 배를 타고 저승으로 '가는 자'와 '산자'의 이별의 대화가 서로 들리지 않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이별이 바람이 불어서 들리지 않아 안타깝게 '뭐라카노'만 연신 반복한다.

동아 밧줄이 삭아 내린다는 것은 더 이상 연결된 끈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박목월의 함축미와 여백의 미

<윤사월> 박목월. 시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감상: 윤달 4월의 향토적인 자연을 묘사하고 있다.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는 봄이 오는 것을 '귀'로 문설주 틈으로 듣고 있다. 시인의 고향 경주 건천읍을 배경으로 쓴 시라고 한다. 박목월 시인의 함축미와 남겨두는 여백의 미는 탁월한 작품으로 묘사되고 있다.)

 

<청노루> 박목월. 시

 

머언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 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감상: '청록파'의 이름은 이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에서 나오는 '청운사'와 '청노루'는 유토피아적 환상적 자연으로 '없는 것'을 만들어 냈다. 청노루의 눈동자에 구름이 돌고 있는 시인의 탁월한 면모를 보이는 작품이다.)

 

마치며

박목월 시인은 초기에 서정에 초점을 두었으며, 중기에는 인간사의 애환에 중점을 두었고, 후기에는 존재 탐구와 신앙 탐구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첫 번째 시집(산도화): 시인의 20대와 30대의 내면 공간을 표현했다.

두 번째 시집(난, 기타): 육친의 죽음과 비극적인 민족적 체험. 그것은 시인의 40대 전반을 반영한다.

세 번째 시집(청담): 언어 선택 과민한 편벽이 부드러워 짐. 시인의 가족생활을 주로 다루고 있다. 

네 번째 시집(경상도의 가랑잎): 고향의 언어 탐구가  다시 시작된다.

 

 노랫말로 참여한 곡은, 가곡 '이별의 노래'와 군가 '전우'도 박목월 시인의 작품이다.

 

(출처: 나무위키/ 조지훈 선집/ 박목월 시전집/ 네이버 백과/위키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작품 업로드 순서와, 한국 시(時)의 징검다리'청록파']: 업로드 시간 0시 01분.

8월 11일 (금). "청록파", (박목월): '나그네' 시의 탄생 비화/ 나무/ 이별/  윤사월/ 청노루)

8월 12일 (토). 북한산 진관사 계곡

8월 13일 (일) "청록파", (박두진): 도봉/ 청산도/ (조지훈): 승무)

8월 15일 (화) "청록파", (조지훈): '지조론' 남녀노소 필독서. (광복절 특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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