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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 25

'세월이 가면' 박인환 詩

댄디 보이(Dandy Boy) 박인환 선생은 195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훤칠한 키에 용모가 수려한 시인은 당대 최고의 멋쟁이로 '댄디 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서구 취향의 도시적 감성으로 무장한 시인은 시 작품에서는 누구보다도 앞서간 날카로운 모더니스트였다. 명동의 술집 마담들도 늘 외상술을 마시는 미남자 박인환 시인을 차마 미워하지 못했다. '또 외상술이야', '아이고 그래서 술을 안 주겠다는 거야' '내가 언제 술을 안 주겠다고 했나' '걱정 마, 꽃 피기 전에 외상값 깨끗하게 청산할 테니까' 시인은 늘 호주머니가 비어 있었지만, 한 점의 비굴함도 없이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지금이야 '무전취식'으로 잡혀 가지만, 당시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 시대 상황이라 통하..

문학 2023.11.06

스님의 카톡 '좋은 향기'

초등학교 동창회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소개한다. 얼마 전에 절에서 스님이 글을 보내왔는데, '화장품' 판매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제가 요즘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나이도 먹고 일하기도 힘들고 해서 부업으로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을 아주 적은 마진으로 특별 판매하는 것이니 외면하지 마시고, 꼭 한 세트씩 주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주름이 생긴 이마에는 ‘상냥함’이라는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이 크림은 주름을 없애주고 기분까지 좋아지게 하니까요 입술에는 ‘침묵’이라는 고운 빛의 립스틱을 발라 보세요. 이 립스틱은 험담하고 원망하는 입술을 예쁘게 바로 잡아주는 효과도 있답니다. 맑고 예쁜 눈을 가지려면 ‘정직과 진실’이라는 아이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최선의 효..

문학 2023.11.04

라피크(RAFIK) '동반자'

비와 바람의 교향곡 천둥 치는 어느 날, 어느 소년이 마당에서 혼자 비를 맞고 있었다. 소년은 나뭇잎에 스치는 비와 바람의 교향곡에 흠뻑 빠져 있었다. 집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집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꼭 껴안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우리 함께 들어 보자' 아들은 신이 났다. '엄마, 새소리가 들려요. 저 새는 무슨 새죠? 왜 울고 있어요?' 어머니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아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다정하게 대답했다. 이 소년이 장차 음악의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이었다. 함께 가야 할 동반자 사람의 인생길은 멀고 험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가 좋을 적 맑은 날에 주막에 이르는 손님보다는, 폭..

문학 2023.11.03

Nonthing '아무것도 아냐'

친절의 가치와 빈손 인생 낡은 트럭을 운전하는 '멜빈다'라는 젊은이는 어느 날,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 복판에서 트럭을 운전하고 가던 도중에 한 노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태워다 드릴게요' 했더니, '고맙소 젊은이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데, 태워다 주겠소'라며 부탁을 하였다. 멜빈다는 친절하게 목적지에 모셔다 드리면서 불쌍한 노인이라고 생각하여 25센트를 주면서 차비에 보태라고 말하였다. 노인은 참 고마운 젊은이구만 하면서 명함 한 장을 달라고 해서 멜빈다는 무심코 명함을 주었다. 노인은 '고맙네 이 신세는 꼭 갚겠다'면서 자기 이름은 '하워드 휴즈'라고 말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부호 '하워드 휴즈 사망'이라는 ..

문학 2023.11.02

11월의 시(詩)

욕심을 비우는 11월 금년 끝자락을 알려 주는, 나무 두 그루가 빈 몸으로 나란히 서있는 11월!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가슴을 딱 펴고 당당하게 계절을 알린다. 욕심을 모두 비우고 당당히 외롭게 서있는 나무. 여러분은 금년 한 해 당당하게 부끄럽지 않게 달력을 넘겨가고 있는지. 무엇을 비우셨는지... 지금은 비우는 시간! 윤준경. 시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 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문학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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