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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22

'더 낮은 곳으로'

공산치하 동독으로 간 목사 독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 1954년, 270만의 수많은 인파가 자유를 찾아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공산치하의 동독으로 가는 한 가족이 있었는데, 서독출신의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 가족이었다. 서독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태어난 지 6주 된 아이를 안고 동독으로 간 것이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서독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동독에는 목회자가 없어,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공산치하인 동독으로 넘어가는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더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목사의 결정이었다. 당시 아버지의 품 안에 안겨 공산 치하로 갔던 6주 된 딸은 자라서, 뛰어난 수학과 언어 능력으로 동독에서 물리학자로 활동했으며, 정치에 참여해 환경부장관이 되었다. 최..

문학 2023.10.31

고수와 하수

욕심은 하수가 된다 우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수(高手)라고 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하수(下手)라고 한다. 하수는 축구에서 공만 따라다니다가, 공 한 번 차 보기 어렵다. 고수는 공이 어디로 올지를 예측하고 미리 가서 공을 잡는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다가 병에 걸리고, 치료하기 위해 돈을 다 날린다. 어떤 사람은 눈앞 이익을 위해 불법을 행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하수가 될까? 몸을 무리하게 쓰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다, 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왜? 욕심 때문이다. 욕심은 통찰력을 잃게 만든다. 인생의 고수와 하수의 차이 고수에게는 인생은 놀이터고, 하수에게는 인생은 전쟁터다. 고수는 인생을 ..

문학 2023.10.29

아빠의 '소금'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게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 이봐요 이렇게 손님이 없는데 다음에 와요"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 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고, " 저어.... 아저씨 순댓국 두 그릇 주세요 " " 응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볼래 "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 미안 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

문학 2023.10.27

벌거벗은 맨몸

가을의 이별 가을은 이별의 계절인가.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다 떨어지고 까치밥만 남는 계절. 몇 알 남지 않은 열매는 혹독한 찬바람을 견디며 누군가의 밥으로 매달린다. 모두 이별해야 하는 슬픈 운명에, 나무는, 다 떠나보낸 후 벌거벗고 맨발로 서있다. 가지를 들썩이며 슬픈 곡조로 흐느끼는, 나무의 시린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혜숙. 시 나는 살고 싶어졌다 휘청이는 허공에서 견디는 저 감 하나의 시간 삶의 끝자리에서 누군가의 밥이 될 때까지 나는 살고 싶어졌다 (감상: 삶을 향한 욕망을 인내하고 견디는 감 하나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과 이별하고 홀로 외로이 맨몸이다. 그냥 의미 없이 툭 떨어져 썩어가는 것보다 누구의 밥이라도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엘프리드 테니슨(..

문학 2023.10.26

웃음과 사랑

어느 마을에 유명한 의사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모두 그를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그는 환자의 얼굴과 걸음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알아내 처방을 하는 명의(名醫)였다. 그런 그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임종을 앞둔 의사를 찾아가 그의 임종을 지켜보았는데, 죽음을 앞둔 그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세 명의 의사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의사의 이름은 '음식과 수면과 운동'입니다. 음식은 위의 75%만 채우고 절대로 과식하지 마십시오. 12시 이전에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열심히 걷다 보면 웬만한 병은 나을 수 있습니다." 말을 하던 의사가 힘들었는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음식과 수면과 운동은 다음..

문학 2023.10.25

질리언 린

손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영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6살 여자 아이가 있었다. 맨날 공부는 하지 않고 뛰어놀아 성적은 꼴찌였고, 얼마나 개구쟁이 인지 틈만 나면 춤을 추고 몸을 흔들었다. 급기야 선생님은 부모를 불러 가리킬 수가 없다며, HD 산만 증후군 같으니 특수학교에 보내기를 권한다. 엄마는 부랴부랴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사는 엄마와 할 말이 있다며 음악을 틀어 놓고 엄마와 나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깥에서 조그만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아이는 음악에 맞춰 기가 막히게 춤을 추고 있었다. 한번 배우지도 않는 춤을 엄마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상담선생은, '손을 잡아줘야 넘어지지 않는다'라며 '아이는 춤에 재능이 있다. 오히려 가만있으라고 하는 것이 이 아이에겐 형벌이다'..

문학 2023.10.23

사랑의 힘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불행을 행복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힘을 주는 것이 사랑이다. 황지우.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로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도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

문학 2023.10.21

'가슴'이 먼저

말과 행동에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 몸에 생긴 상처는 치료받으면 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치유하기가 쉽지 않다. 가까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같이 있을 것 같아도, 어느 날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내 곁을 떠나게 된다. 곁에 가까이 있을 때, 아껴줄 수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하자. 입으로, 머리 말고 가슴으로. 고증식. 시 딸아이와 한바탕 하고 가방 싸서 집 나간 엄마 그래 나 없이 어디 잘살아 봐라 되는 대로 몇 자 적어 놓고 참말이지 삼대 구 년 만에 훌쩍 친정집 기차 탄 엄마 나쁜 가시나 돈 쳐들여 키워놨더니 따박따박 따지고 들기나 하고 사과 안 하면 내 절대 오나 봐라 딸도 엄마도 며칠째 신경전인데 가시나야, 그게 아니란다 니들은 머..

문학 2023.10.20

의리와 믿음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일본의 손정의 회장은 재일 교포 3세이며 세계 부자 3위를 달린 사람이다. 일본이 호황을 누리며 한참 잘 나갈 때 일본의 컴퓨터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야구팀을 인수한 이후로 치솟던 주가가 폭락했고, 닷컴 버블이 붕괴되며 역사상 가장 높은 재정적 손실인 700억 달러를 날렸다. 주가는 최고점보다 무려 98%까지 떨어져서 결국 파산했다. 엄청난 어려움에 빠졌을 때 그의 부인은 잘 나가던 때의 사모님 행세를 하지 않고 파출부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남편을 원망 한마디 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만나고 축하하며 좋은 일 있을 때 꽃을 선물하던 사람들은 연락을 끊어버렸다. 재기에 성공: 400명의 지인 손정의 회장이 밥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돈을 빌리고자 카톡을 했으나 모두 다..

문학 2023.10.19

'툭' 가을

툭, 가을 사랑 사랑이 물들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은 모든 것이 익어서 사랑이 된다. 꽃이 진 빈자리마다 열매가 익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도 익어간다. 나호열. 시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감상: 가을의 잎과 열매는 새로운 탄생을 위해 떨어진다. 죽는 것이 또 사는 것, 배 불러 떨어지는 가을에, 보기만 해도 나는 배가 부르다.) 이해인. 시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감상: 그립고 외롭지만, 참고 인내하며 일생을 살아온 도..

문학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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