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님의 카톡 '좋은 향기'

e길 2023. 11.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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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회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소개한다.

 

얼마 전에 절에서 스님이 글을 보내왔는데, '화장품' 판매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제가 요즘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나이도 먹고 일하기도 힘들고 해서 부업으로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을 아주 적은 마진으로 특별 판매하는 것이니 외면하지 마시고, 꼭 한 세트씩 주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스님의 카톡>


주름이 생긴 이마에는 상냥함’이라는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이 크림은 주름을 없애주고 기분까지 좋아지게 하니까요

입술에는 ‘침묵’이라는 고운 빛의 립스틱을 발라 보세요.
이 립스틱은 험담하고 원망하는 입술을 예쁘게 바로 잡아주는 효과도 있답니다.

맑고 예쁜 눈을 가지려면 정직과 진실’이라는 아이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최선의 효과를 얻으려면 어디를 가든지 그 아이크림을 소지해야 한답니다.

피부를 곱게 하고 싶으시면 ‘미소’라는 로션을 바르면 되고요.
피부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며 거울을 보고 미소 짓는 하루로 인해 날마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피부 영양제 화장품은 ‘성실’입니다.

 

아주 효능 좋은 피부 청결용 세안 비누는 ‘미안’이 최고라고 합니다.

아, 참~ 가장 향기로운 향수로는 ‘용서’가 제일이랍니다.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한 세트씩 꼭 구매해 주실 거죠? 품질은 제가 보장합니다!
날마다 사용하셔서 예쁘고 멋지고 '향기 좋은' 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문하실 주소 : 당신도 예쁘군 향기 나면 좋으리 1004 번지

 

사람의 향기(Freepik)

 

예쁘고 멋지고 '향기 좋은 냄새'는 항상 따라다닌다

 

<웃기는 짬뽕> 신미균. 시

 

5층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

 

신상명세서를 적고 나오는데

 

문 앞 복도에

 

누가 먹고 내놓은

 

짬뽕 그릇 보인다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남은 국물

 

 

1층까지

 

죽기 살기로 따라 내려오는

 

참을 수 없는 냄새 

 

 

그 짬뽕

 

국물

 

(감상: 직업소개소에 들렀다 나오는 사람, 오늘도 허탕으로 하루를 허비했구나. 불러낼 친구도 마땅치 않고, 자존심은 이미 바닥이 나고 오늘이 며칠째 공치는 것인지... 냄새만 맡고 배부르는 기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조금은 덜 비참할 텐데.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5층에서 1층까지 죽기 살기로 따라오는 짬뽕국물 냄새.

그래도 버티어야 할 이 허기진 삶.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웃기는 짬뽕이냐.)

 

마치며

나무가 피워내는 최고의 아름다움은 '꽃'이다.

꽃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가까이 갈수록 진한 향을 맡을 수 있지만, 좋은 향기는 오래도록 멀리 간다.

 

사람의 향기도 꽃과 같아, 백리향, 천리향이 있다.

멀리서도 벌써 풍겨 나오는 사람의 향.

따뜻한 대화 속에서, 배려하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좋은 향기는 더욱 진하게 피어난다.

아름다운 마음과 성실, 미소와 상냥함으로 더 멋진 향기를 간직하자.

 

(참고문헌: '웃기는 짬뽕' 신미균 시집(푸른 사상)/ 투투 단톡방/ 나무위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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