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지구에 빈 몸으로 여행 와서 잠깐 머물다 떠난다. 인생이 곧 여행이며 우리 모두는 여행자이다.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흔히 여행을 뜻하는 트래블(Travel)은, 라틴어 'Trepalium'이 기원으로, 수고, 노고, 중노동을 뜻하는 travail이 파생되어 오늘날 Travel이 되었다.
'여행'이라는 개념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영국 청년들은 종교 갈등이 누구러진 뒤 찾아온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로 인한 여유로,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지리, 역사, 정치, 예술, 건축 등 다양하게 학습하며 여행을 즐겼다. '유럽'이라는 어휘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현대 여행의 시초 '그랜드 투어'
현대 여행의 시초인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영국의 가톨릭 신부 '리처드 러셀스'의 저서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 상류층에서 유행을 하던 유럽 여행이었다. 이 '그랜드 투어'는 두 명의 가정교사와 두 명 이상의 하인을 거느리고 평균 2~3년, 길게는 4~5년간 체류하는 유학 겸 여행이었다. 투어의 시작은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의 지방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파리는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로, 상류층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필수 코스였다.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 로마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의 도시들이었다. (두 명의 가정교사 중 한 명은 주로 학문을 가르치고, 한 명은 승마, 펜싱, 춤 등을 가르쳤다)
그랜드 투어 동행 교사들 '애덤 스미스, 볼테르'와 괴테 일가의 유럽 여행
그랜드 투어에서 만난 인간관계는 이후에도 상류층의 인맥을 두텁게 해서, 유럽 최고 지성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영국 엘리트가 밟아야 할 교육의 최종 단계처럼 여겨졌다. 가정교사는 덕망 있고 학식 있는 유명인사들이 돈도 벌면서 그랜드 투어에 동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유명 인사들은 가르치고, 여행하며 본인의 사상을 정립하는 뜻깊은 책을 쓰기도 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대학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랜드 투어 동행 교사직을 수행하면서 경제학 저술서 '국부론'을 펴냈다. 시대의 양심 '볼테르'는 '유럽 여관 주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랜드 투어를 떠난 이들에 인기가 많았다. '디드르(프랑스 철학자)와 달랑베르(프랑스 수학자), 에드워드 기번(영국 사학자), 카사노바(이탈리아 출신으로 그랜드 투어를 다님) 등 많은 이들이 그가 있는 곳을 방문했다. 독일의 위대한 작가 '괴테'는 1786년~1788년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한 뒤 '이탈리아 여행'을 펴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보다 반세기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했고, 그의 아들은 여행 중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삼대가 그랜드 투어를 한 셈이다.
존 로크의 동행 교사
'소득이란 마치 신발과도 같다. 너무 작으면 불편하고, 너무 크면 비틀거린다'의 영국의 철학자이자 위대한 사상가인 '존 로크'는 무척이나 옷을 좋아해서 다른 지출은 줄여도 옷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꼼꼼하게 작성된 로크의 금전 출납부에는 프랑스 여행에서 신발을 사고, 셔츠를 맞출 리넨을 구입하고, 양복에 달 녹색 리본과 실크 스타킹과 모닝 가운 등을 사느라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자세히 남아 있다. 1677년 그가 몽펠리에에서 파리로 돌아왔을 때는 돈이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아 한동안 고생을 했다. 당시 지도하던 학생의 아버지가 대도시에 걸맞은 옷차림을 하라고 보조금을 따로 보내 주었지만 파리의 유행을 좇느라 너무 많은 지출을 해버렸다. 그는 벨벳과 새틴으로 새 양복을 맞추고 유행하는 가발을 주문했을 뿐 아니라 비버 모자까지 샀던 것이다. 패션은 여성 여행자들에게도 새로이 습득하고 정복해야 할 일종의 숙제였다. 옷차림은 자신의 취향과 신분을 드러내는 표지였기 때문이다' (출처:설혜심 연세대 교수의 '그랜드 투어,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
그랜드 투어의 영향
그랜드 투어의 열풍은 다양한 여행 지침서를 만들어냈다. 준비물 목록은 물론, 도시마다 사야 하는 기념품 목록과 상점 정보까지 포함되었다. 국가의 정치 경제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 심도 깊은 책부터 가벼운 포켓 형태의 안내서, 여행 에세이까지 폭넓게 등장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행한 영국의 그랜드 투어는, 여행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여행의 형태였으며, 현대 관광 여행의 기본틀이 되었다. 이를 통해 유럽의 문화가 동반 상승하는 계기가 되었다. 1840년대 이후 철도여행이 대중화되고 교통수단의 혁명적인 발달로 귀족의 특권이던 그랜드 투어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여행의 전망
오늘날 뉴미디어 최첨단 시대에 다양한 여행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행의 일상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행 정보의 공유와 피드백이 향후 관광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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