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추억의 '무주 구천동'

e길 2024. 8.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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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구천동 계곡

흔히 우리는 '무주 구천동'이라 부르지만, 구천동은 공식 행정명칭이 아니다.
구천동이 속한 곳은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일대인데, 신주소로 주소 체계가 바뀌면서 '구천동로'라는 길 이름
이 되었다.
 

구천동계곡


 
원래 이곳 깊은 계곡에는 14개의 절이 있을 정도로 불교의 세력이 컸었다고 한다.
당시에 이곳에서 불도를 닦는 불심 깊은 신자가 9,000명이나 되었다고 해서 유래된 것이 구천동(九天洞)이다.
구천동에는 '구천동 33경'이 있다.
33 경인 '향적봉'까지 30km가 넘는 거리다.
 

구천동계곡


 

<무주 구천동> e길.  시


아름다운 산수의 유혹에

어두운 마음이 사뿐히 걸어 나와
두 눈에 쉬엄쉬엄 앉아 간다

굽이 굽이돌아
정성껏 닦아 온 구천의 공들인 물이

세파에 시달리다 
절절한 가슴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온 
작은 나를 반기며 
힘찬 몸짓으로 세상을 일깨운다


삼겹살이 주최한 펜션의 파티
각지에서 보따리에 싸 온 정담이
하하 호호
관광 고샅에 넘쳐흐른다
 
유혹하던
해가 부끄러워서인지

낮에 숨죽이며 흐르던 물이
밤이 되자
큰 소리의 수다로 떠들썩하게
적막을 타고 흐른다

그러나

만나면 또 헤어져야 하는 것
살뜰한 정분 나누며
이제 곧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
그대로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 물처럼
이야기하면서도
웃으면서도 떠나가고 있는 것
둥둥 떠가는 이별을
한 방울의 눈물도 없이
미련 없이
세상을 향해 떠나간다

무거운 짊
군더더기 다 받아주는 구천동
구절절개의심(同心)으로 돌아가
작은 우주,
무주(無住)의 마음으로 

가벼운 세상

몸에 심고 떠나간다
 
(감상: 세파에 시달린 심신을 달래주는 무주 구천동. 가족과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가,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없애주는 듯하다. 점잖던 물소리도 밤이 되자 세상의 모든 사랑의 소리를 내 지르는 듯 떠들썩하다. 이렇게 즐기다가 조금 후면 또다시 각자 헤어지겠지. 그래 인생은 다 그런 거다. 우리는 만나면서 헤어지는 것. 아쉽다 서러워말고 즐기면서 세상을 나아가자.)

*구구절절 천 개의 동심: 자연과 모든 것이 하나 되는 마음.

*무주(無住): 쓸데없이 집착하지 않는다. 
 

구천동계곡, 회원.

 

마치며

시간이 상당히 흐른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무주 구천동에 등산을 간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그때의 도로와 지금의 도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졌다. 울퉁불퉁 시외버스를 타고 비포장 길을 돌고 돌아갔던 그때의 기억이 새로웠다. 예나 지금이나 길가에서 반겨주는 가로수가 뚱뚱한 몸이 되어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알려 주었다.
 
여름철 피서는 더위를 피해 시원하게 지내는 풍습이다.
더운 여름 몸과 마음을 식히고 충전하는 피서가 되시기 바라면서, 옛날을 회상하는 추억의 장소에 다녀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응원한다.
 
(7월 25일~28일까지 다녀온 무주 구천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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