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아버지

e길 2024. 6.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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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예전의 우리들의 아버지는, 넥타이와 양복, 세상의 원칙과 예의를 가르치는 권위와 사회적 책임감,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전형적인 아버지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부분도 있지만, '현대적 아버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전통에서 벗어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야구모자를 쓰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현대의 아버지인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자식 잘되기를 바라고 응원하면서, 잠 못 자며 걱정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첼리스트 아버지

 
스페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현대의 첼로 주법을 확립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다.
 

카잘스의 아버지는 작은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기 때문에 카잘스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악기를 접할 수 있었다. 4살 때부터 오르간, 피아노, 플롯, 바이올린을 아버지에게 배웠고, 6살 때는 대중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정도로 뛰어났다.
 
본격적인 첼로를 연주한 것은 11살 때이며, 그전에는 아버지가 만든 첼로 비슷한 악기로 연습했다고 한다.
13세 때 아버지와 중고 악보상점을 뒤져 발견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구하여 큰 업적을 이뤘다.
 
카잘스는 아버지가 없었다면 자신의 성공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Pixabay)


 

<아버지> e길. 시

 

세상은,

참고 넘어야 할 산이 있고
눈감고 바라보아야 할 바다가 있어. 
그리고 
희망을 찾아 긴 겨울강을 건너야 되지.
 
참는다는 건
소리를 닫고
숨을
잠시 멈추는 것.

 
눈감는다는 건
보이지만 안 보는 것.
꿈꾸는 것이
안 보이지만 보이는 것.

 

삶의

조각을 찾아

반드시 넘어야 할 강

하지만

겨울 얼음강은 건널 수 없어.

 

포기할까

긴 한숨 먼 산 바라볼 때

희미하게

손짓하는 아지랑이

띄엄띄엄 

넘칠 듯 말 듯

거품 물고 잠겨 있는 징검다리. 
 
막상
두려워 주저하고 있을 때

어느새

한 발 더 다가와

재촉하며 
등 세워 엎드려있다.


무서워
사나운 물살에 떠 내려간다고
내가 고개 저을 때
넌 할 수 있어
끄덕끄덕 출렁이며
두 손 모으는 이빨 빠진 징검다리.

 
멍들은

시퍼런 등 내어주며
어서 나를 밟고 가라고.
 
아버지!
  
(감상: 험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자식을 걱정하며 참고, 눈감고 반드시 가야 할 어려운 세상을 건너라는 아버지. 자신의 모든 것을 주면서 자식 잘되기를 빌고 있다.)
 

첼로의 구약성서

카잘스는 바흐의 낡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악보를 탐구하고 그 악보의 연주법을 연구하여 정립시켜, 첼로의 구약성서라 불릴 만큼 엄청난 지위를 끌어올렸다.
 
그가 95세 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인데, 지금도 하루 6시간씩 힘든 연습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는 첼로의 활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습관이 되었고, 나는 지금도 매일 조금씩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아버지는 한 여자의 남편이며, 자녀들의 우상이며, 집안의 가장이다.

어린 자식에게는 산이고 바다였고, 아내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가족 앞에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할 수 없고, 약해도 강해야 하는 고독한 존재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늘 그 알량한 체면과 권위를 먹고살았다.

 

요즘 가장의 권위는 실종되고 체면마저 구겨지는 아버지의 수난시대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여성상위시대의 모계 사회로 전이되어 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올인한 우리의 아버지들.

즐기면서 재미있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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