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기행 수필 '강화 밴댕이'

e길 2024. 6.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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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밴댕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계절 별미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고소하고 입에 살살 녹는 밴댕이의 철이다. 
머리와 가시만 도려낸 뒤 통째로 맛보는 밴댕이 회 맛은 일품이다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요 쪼끄만 생선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직접 입안에 넣어봐야만 알 수 있다.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도 오뉴월 밴댕이 회를 맛보면 쏙 들어가고 말 테니까.

 


 밴댕이 소갈딱지

 
속이 좁고 잘 토라지는 사람을 이르는 '밴댕이 소갈딱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간 밴댕이 소갈머리' 들을 보아 왔던가.
크고 작은 스트레스의 주역, 쫌생이들...

 

실제로 밴댕이는 '한 성깔'하는 생선이다. 어찌나 성질머리가 급한 지 잡히자마자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려, 성질 급하기로 소문난 오징어가 '형님'이라고 해야 할 노릇이다.

 

밴댕이 한상


 

밴댕이들의 (?) 모임

 
밴댕이 속을 알아야 ' 진정한 밴댕이가 된다'라며,
밴댕이 같은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강화 풍물시장 밴댕이 체험을 갔다.
그곳은 넓고 깨끗한 실내에 수많은 밴댕이 동호회 분들이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몇 번 가봤지만, 공휴일과 강화 장날( 끝이 2. 7일)에는 그 넓은 곳이 자리가 쉽게 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곳에서는 풍미가 있는 부드러운 밴댕이를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2인 기준 35,000원이면 밴댕이 회, 무침, 구이, 비빔밥과 게장, 국물이 나온다.

 

밴댕이 회


 
 

<밴댕이> e길. 시

 
바다를

품어 
냉 찜질하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밴댕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어머 
가엾어라
우리 국장님!
 
맨몸 부끄러워용~
고소한 깻잎
옷 입혀 드릴게요
 
콩알만 한 소갈딱지
새콤 매콤 초장에
얼큰하게 버무리고
 
냉소적인 싸늘한 눈 빛
눈웃음 살살치게
화끈한 고추냉이 듬뿍
 
속사포 같은 과한 잔소리
부드러운 이빨로
콕콕 씹어 줘야지
 

회식 때 
건배~

원샷이 국룰이라던


자, 이제 갑니다
쭈욱~

뜨거운
내 속에 편안하소서!
 
(감상: 밴댕이를 막상 앞에 두고 보니, 속 좁은 우리 국장님이 갑자기 생각난다. 소갈딱지가 밴댕이 같은, 옷 벗고 떨고 있는 국장님이 가엾다. 그래 깻잎으로 싸주자, 초장에 고추냉이에 그 밴댕이를 넣고 부드럽게 드셔 줘야지. 자 좋아하는 술 건배! 쭈욱~ )

 

밴댕이 무침


 
 억울한 밴댕이

 

급한 성질 탓에 속 좁고 잘 토라지는 사람에게 '밴댕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밴댕이의 더럽고 급한 성질은 밴댕이 회를 더욱 귀하고 유명하게 만들었다.
냉동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사시사철 맛볼 수가 없는 귀한 몸이었다.
 
오뉴월 밴댕이는 영양분을 한껏 비축한 덕에 고소함은 물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려 식감도 일품이다. 
이런 영양 많은 밴댕이는 억울하다. 
내장이 적은 덕분에 더 많은 살을 내어주고도, 옹졸함의 대명사로 체면을 구기고 있으니 말이다.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된 맛 좋고 영양 좋은 밴댕이.
이렇게 맛있는 밴댕이를 욕보여서는 안 될 것 같아, 속 넓은 고소한 인간 밴댕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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