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e길 수필 '품바 축제'

e길 2024. 5.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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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품바축제

음성 '품바 축제'

 

5.25일 토요일 품바축제가 열리는 음성 설성공원 가는 길은 노란 꽃, 빨간 꽃의 물결이었다.

도로와 도심이 예쁜 꽃밭 정원이 되었고, 품바 축제장 입구에서부터 울긋불긋 인파들의 물결이 산을 이룬다. 

 

육해공이 모두 모인 맛자랑 대회!

옷 벗고 땀 흘리며 어지러운 세상 돌리고 있는 돼지를 중심으로, 쫙 펼쳐진 먹거리들은 미식가들의 눈과 코를 매료시키며 침샘을 자극한다.

 

품바축제는 올해 25주년으로 5.22~ 5.26일 설성공원에서 열렸으며, 최귀동 할아버지의 박애정신을 기렸다.

오늘날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모태가 된 '최귀동 거지 성자'는 자신도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음성 일대를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18명의 걸인들을 먹여 살린 장본인이다.

 

최귀동 성자와 오웅진 신부

 

우리 일행도 1박 할 숙소에 여장을 풀고, 시원한 막걸리에 감자전과 두부김치 등과  한잔을 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먹거리 부스였는데, 상냥하고 맛있고 무엇보다 비싸지 않은 착한 가격도 좋았다.

 

축제에 눈에 띄는 것은,  시내 숙소, 먹거리에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오히려 축제장 주변 계속 장사하는 식당에서 약간의 비싼 가격과 뜨내기손님 대하는 성의 없는 음식이 느껴졌다.

 

우리는, 메인 무대에서 우리나라 8대 품바의 공연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전해 내려오는 조상들의 정과 해학이 넘쳐 났으며 많은 가르침과 웃음을 풀어 주어 너무 재미있었다.

무료로 나누어 주는 천인의 비빔밥도 맛이 있었고 양도 많았다.

 

미스터 건우 공연모습

 

여러 공연들이 여기저기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었지만, 우리 일행들이 제일 재미있게 본 공연은 품바 가수들의 공연이었다. 설녹수, 가을이 등의 현직 가수와 특히 트롯맨에 출연한 '미스터 건우'라는 청년은 정말 환상이었다. 장구, 북, 꽹과리는 물론 노래까지 완벽한, 모든 관객이 환호한 가수였다. 그 청년을 보기 위해 다음날도 가서 볼정도이니 우리 일행은 모두 빠져 있었다. 그런 가수가 뜨야하는데 모두의 바람이었다. 1박 2일의 이번 나들이는  많은 기쁨과 재미를 주어 보람 있는 여행이 되었다.

 

누구나 춤추며 체험하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해도 정신적 빈곤과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를 풍자와 해학으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고, 사랑과 나눔으로 치유시켜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출발한 '음성품바축제'의 뜻이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뜻에 맞추어 축제를 즐기려는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모든 연령층이 즐기는 축제였다.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베푸는 삶은, 오늘날 세상 사람들에게 기부문화와 봉사문화를 정착시켰다.

베푸는 품바로서 그의 사랑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는 인류애를 실천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품바축제 조형물

 

 

<품바의 울부짖음> e길. 시

 

노랑 빨강

봄에 피는 꽃 너무 예쁘다

그러나

살아온 맛을 담은

가을 단풍꽃이 더 아름답더라

 

'어르신들이여

고개 숙이지 마세요

인생 단풍 울긋불긋

물들이기 위해

얼마나 고생 많이 하셨나요

당당하게 가슴 펴고 걸어가세요'

 

공연하며

마음을 찢어놓는 어느 품바의 외침!

고생하신 어머니 아버님들 

축제에 왔으니

당당히 허리피며 즐기라고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고.

고생만 하다

한번 즐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에

더 한이 된다는

그의 찢어지는 울부짖음.

 

두런두런

'썩을 놈아 누군들 허리 안 피고 싶겠어'

옆자리에서

누가 들을까 말까 혼잣말하며

그래도 

살짝살짝 허리 피며 리듬 타던

구부러진 새하얀 할머니들.

축제라고

굵게 밑줄 친 인생의 멋진 봄날

힘겨웠던 옛날은 지우고

별처럼 반짝이는 오늘을 즐기소서.

 

온통 

꽃천지에 둘러싸인 사람축제

울긋불긋

인산인해의 색깔들 

하지만

그 어떤 꽃 보다

새하얀 머리 꽃이 제일 이쁘더라.

제 할 일 다 하고

아름답게 핀

새하얀 인생 꽃이 더 멋지더라!

 

(감상: 공연하며 울부짖는 품바의 외침, 어르신들에게 오늘 같은 축제에 오셨으니 당당히 가슴 펴고 즐기라는 외침이 가슴 먹먹하게 한다. 그 어르신들이 달력에 밑줄 치며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무리 멋진 꽃이라도, 멋진 색옷을 입었다 해도, 어르신들의 새하얀 인생꽃에 비교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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