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클리셰 음식의 '프루스트 현상'

e길 2023. 4. 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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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 안에서 고정이미지 클리셰를 갖게 된 여러 음식들 중에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후 클리셰가 된 '마들렌'이 있다. 이후 특정한 냄새나 맛, 소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작가의 이름을 따서 '프루스트 현상(The Proust Effect)'이라고 말한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 현상

현대 소설의 원전이라고 할 만큼 모든 소설적 실험이 숨어 있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부 '스완네 집 쪽으로'에 마들렌이 등장한다. 마들렌을 먹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나 자신도  순간적인 짜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퍼져 온다. 

"어머니는 하인을 시켜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작고 통통한 과자를 가져오게 했는데, 그 과자는 생자크라는 조개의 가느다란 홈이 팬 조가비 속에 넣어 구운 것 같았다. 

이윽고, 침울했던 그날 하루와 내일도 서글플 것이라는 예측으로 심란에 있던 나는 기계적으로 마들렌 한 조각이 녹아들고 있던 차를 한 숟가락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그 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내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한 입 베어문 순간, 어릴 적 고향에서 숙모가 내어주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렸다. 머리에 펼쳐진 고향의 기억은 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소설 집필로 이어졌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방대한 분량과 14년의 집필의 시간이 걸렸다. 가슴 시린 사랑, 전쟁, 시간이 앗아가는 젊음, 필생의 소명에 대한 깨달음 등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유독 유년기의 추억을 소중히 아끼는, 그래서 홍차와 마들렌의 추억을 더 사랑하는지 모른다. 작가의 인생을 담은 역작이며 프루스트의 철학과 인생관을 아우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대하소설이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프루스트 현상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는 콩쿠르 상 수상자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로 시작한다. 그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비슷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과연 기억이 우리를 슬프게도, 기쁘게도 만들 수 있을까? 영화는 과거의 진실을 대면하려면, 독약과 진정제 모두 먹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대답은 간단한데, '폴'의 머릿속 저 깊은 기억 속에 어머니가 숨어있다. 사실 그곳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들어있다. 마담 프루스트(앤 르니)의 등장은 폴에겐 축복이다. 그녀는 아파트에 불법으로 정원을 가꾸며, 사람들에게 정체불명의 약초를 제공해 생계를 이어가는 자유분방한 여인이다. 특히 공원 중앙의 한 그루 나무를 지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그녀가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폴은 프루스트 부인이 그를 위해 특별하게 제조한 차를 마신 후 자신의 과거로 여행을 시작한다. 마담이 추억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과, 홍차와 마들렌으로 치료해 주는 것을 통해 이 영화가 '푸르스트 현상'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폴'이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은 수준 높은 코미디 영화로 엉뚱한 대사와 묘한 상황들로 즐거움을 주었다. 프루스트 부인이 죽기 전에 폴에게 '네 인생을 살아라(Vis ta vie)'라고 충고하면서 영화는 절정을 이룬다. 특정한 냄새나 맛, 소리로 기억을 되살리는 '프루스트 현상'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 주는 영화였다.

마치며

실제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사람들은 후각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냄새는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청각 또한 중요해서 음악과 같은 소리들은 사람들의 중요한 기억이 된다. 인간은 음악과 냄새, 청각, 시각으로 추억을 회상하고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냄새나 맛, 소리에 더 관심을 갖고 프루스트 현상을 잘 활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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