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양심'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시장 근처에서,
손수레가, 세워져 있던 아우디 차량 옆을 지나가다가 승용차를 긁은 사건이 있었다.
7살 정도의 손자가 밀고 할머니가 도로 코너를 돌다가 세워져 있던 차량을 긁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놀라고 걱정스러워 한숨을 짓자 옆에서 보던 손자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어린 손주로서는 상황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할머니 얼굴을 봤을 때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할머니도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수레를 멈추고 차 주인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릴까 고민하고 있었다. 차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레 안에는 콩나물 한 봉지와 손주가 좋아하는 바나나가 보였으며, 가난한 할머니의 사정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외제차량에 상처를 내고 그냥 돌아갈 수 있는 양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변에 있던 학생 중에 한 명이 할머니가 전화가 없어 차주에게 연락 못하는 것을 보고, 차 앞에 있는 명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몇 분 후, 40대로 보이는 차주 부부가 나타났다.
보석 같은 '실화' 이야기
아우디 차주는 오자마자 대뜸,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대지 못하고 이렇게 도로가에 주차해, 통행에 불편함을 주었군요. 저의 잘못으로 부딪치는 사고가 나서 죄송합니다.'
차주 부인은, 할머니의 손주를 미안하다며 안아 주었다.
할머니의 성품과 차주 부부의 인성이 너무 훌륭한 보석 같은 '실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아우디 코리아'에서는 그 아우디 차량을 수소문해서,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면 수리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달빛 가난> 김재진. 시
지붕 위에도 담 위에도
널어놓고 거둬들이지 않은 멍석 위의
빨간 고추 위로도
달빛이 쏟아져 흥건하지만
아무도 길 위에 나와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부지 달님은 왜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나요?'
'잠이 안 와서 그런 거지.'
'잠도 안 자고 그럼 우리 어디로 가요?'
'묻지 말고 그냥 발길 따라만 가면 된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도 무섭지 않았던 건
아버지의 눌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부지 그림자가 내 그림자 보다 더 커요.'
'근심이 크면 그림자도 큰 법이지'
그날 밤 아버지가 지고 오던 궁핍과 달리
마을을 빠져나오며 나는
조금도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감상: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공동묘지를 지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생생하다. 아들은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머리끝이 쭈뼛쭈뼛할 정도로 무서웠겠지만, 아버지의 더듬거리는 서툰 눌변과 큰 그림자 때문에 평생 인생을 무서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근심이 크면 그림자도 크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며, 아들은 가난할 때마다 가난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아들은, 아버지와 무서운 공동묘지 밤길을 걸으면서 무섭지 않은 것을 배웠고, 가난해도 가난을 이겨내는 자신감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할머니의 손자는, 어떤 곤란한 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정직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보석'같은 삶을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돈이 많고 잘살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을 속이려 하지 않고 진실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아들과 손주는 진솔하게 느끼며 잘 배운 것 같다.
학교에서 공부도 좋지만, '저런 정직한 인성을 더 많이 가르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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