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시의, 아픈 '가족사진'
며칠 전 우연히 감명 깊게, SG워너비로 데뷔한 김진호 가수의 '가족사진'노래를 들었다.
뭉클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아 가족을 생각해 보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애틋함을 표현한 노래다. 어느 날 '가족사진'을 보면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로 5분 만에 완성한 노래라고 한다.
<가족사진> 김진호 작사, 작곡, 노래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 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의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딸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 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피우길/ 피우길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피우길/ 피우길/ 피우길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 웃음꽃 피울 수 있는/ 지금을 살 수 있는 지혜가/ 늘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상: 아버지와 어머니와 설레며 찍었던 사진 속 그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여기저기 깨지며 성장해서 어느 날 보니 사진 속 아빠를 닮은 내 모습이다.
곱디고운 어머니가 떨어진 꽃잎처럼 헌신하다 늙어 버린 모습을 왜 진작 못 헤아렸을까.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린 당신의 시간을 되찾아 다시 꽃 피울 수 없을까. 그 고생한 시간들을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이라도 피우겠다.)
<가족사진> 유홍준. 시
아버지 내게 화분을 들리고 벌을 세운다 이놈의 새끼 화분을 내리면 죽을 줄 알아라 두 눈을 부라린다 내 머리 위의 화분에 어머니 조루를 들고 물을 뿌린다 화분 속의 넝쿨이 식은땀을 흘리며 자란다 푸른 이파리가 자란다 나는 챙이 커다란 화분모자 벗을 수 없는, 벗겨지지 않는 화분모자를 쓴다 바람 앞에 턱끈을 매는 모자처럼 화분 속의 뿌리가 내 얼굴을 얽어맨다 나는 푸른 화분모자를 쓰고 결혼을 한다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넝쿨을 뚝 뚝 분지른다 넝쿨을 잘라 새 화분에다 심는다 새 화분을 아내의 머리 위에 씌운다 두 아이의 머리 위에도 덮어씌운다 우리는 화분을 들고 사진관에 간다 자 웃어요 화분들, 찰칵 사진사가 셔터를 누른다.
(감상: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면서 자란 자식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그 아버지를 닮는다고 한다. 화분은 아버지에게서 대물림되는 폭력과 상처다. 화분은 이제 몸의 일부가 된다.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사진을 찍는, 슬픈 가족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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