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동백꽃'에서,
'나'와 '점순'은 소작인과 마름의 자식으로, 순박한 시골 청소년의 사랑을 익살스럽고 유쾌한 현실로 표현한다. 눈치 없고 모자라는 ’나‘가 점순의 은근한 사랑 표현을 알지 못해 해학적 싸움이 벌어진다.
김유정 작가는 춘천 출생으로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중퇴했으며, 문학세계는 삭막한 농촌 현실과 연민의 아픔을, 웃음을 통해 희화적, 해학적으로 드러낸다.
<동백꽃> 김유정. 단편소설(부분)
'힐끔힐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 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 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 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네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쓱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3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 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울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중략)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감상: 구운 감자를 자존심 상해 받지 않은 후, 점순은 '나'의 수탁에게 쌈을 붙여 괴롭힌다. 화가 난 나는 점순네 수탉을 아무 생각없이 쳤는데 죽어버려 두려움에 울음을 터트린다. 점순은 그런 나를 달래주며, 순간적으로 넘어지며 동백꽃 속에 파묻혀 버린다. '점순'과 '나'의 사춘기 시절 청춘들의 이야기다. '나'는 '점순'이가 좋아하는 것도 눈치 못 채는 순진한 시골 소년이다.)
< 전투복에 담은 시(포중시·袍中詩)> 당대 여인. 한시
'변방 전쟁터로 나간 병사, 추위와 고달픔에 잠인들 잘 이룰까.
내 손수 지은 이 전투복, 그 누구 수중에 떨어질는지.
신경 써서 한 땀 더 바느질하고, 정성 담아 한 겹 더 솜을 댄다.
이번 생애야 도리없이 지나가지만, 다음 생엔 인연이 맺어지기를.'
(沙場征戍客, 寒苦若爲眠. 戰袍經手作, 知落阿誰邊.
畜意多添線, 含情更着綿. 今生已過也, 重結後身緣.)
(감상: 변방을 지키는 어느 병사에게 위문품 '솜옷'이 왔다. 나라에서, 일하는 여인들을 시켜 만들어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 옷 속에서 정체 모를 글귀를 발견한 '눈치 없는'병사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장난조로 신세타령이라도 한 것일까.
시인지 낙서인지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병사는 곧바로 장수에게 보고했다. 시의 뜻을 제대로 눈치챘다면 그 애틋한 마음을 알아서, 그 외로워 낙담하는 여인을 벌써 찾았을지도 모른다.
이를 받아 든 장수 역시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다시 높은 관리에게 까지 올라간다. 관리가 여인들에게 시를 내보이며 누가 지었는지 물었다. 나이 많은 여인이 앞으로 나서자 관리는 병사와 금생의 인연을 맺어주었다. 그 여인은 이 생에 혼인을 포기하며, 나이 들어가는 올드미스였다.)
마치며
소설 '동백꽃'에서 눈치 없는 '나'는 점순의 구애(?)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일부러 구운 감자도 주며 잘해주고, 둘이 안고 넘어지며, 좋은 말을 해주는데도 전혀 눈치를 못 채는 천진난만한 농촌 순수 소년이다.
'포중시'에서도 순수한 병사는 외롭고 애달픈 여인의 시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두 사람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은 시 한 수. 여인으로서는 억눌린 절망감을 분출하려 한 시였지만 결국 병사의 무심 혹은 눈치 없음으로 말미암아 행운이 맺어지지 못할 뻔했다.
몸과 마음을 쏟아부은 시 한 수와 옷 한 벌이 맺어준 인연, 그것은 올드미스들이 겪었을 상심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동백꽃’이었다.
상대가 관심 있는데 '눈치'를 전혀 못 채는 사람들이 드러 있는 것 같다.
순수해서일까.
여기서 '눈치'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고, '센스와 분위기 파악'을 말한다.
특히 사랑과 연애는 분위기 파악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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