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엄마의 눈물
제 나이 열다섯.
딸이 귀한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공주님처럼 남부끄러울 것 없이 자랐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든 그 시절,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과외까지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시련은 소리 소문 없이 절 찾아오고 있었나 봅니다.
철없는 여중생이었던 전 그만, 과외 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되었고,
여중생이었던 저를 곱게 볼 리 없는 어려운 시댁생활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둘째까지 임신했지만, 남편은 더 이상 제 사람이 아닌,
다른 여자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철없이 혁이와 훈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습니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제 능력으로 도저히 두 아이를 키를 수 없었습니다.
면목은 없었지만 다시 친정 가족을 찾게 되었고,
새 삶을 살기 원하는 가족들은 큰 오빠의 호적에 아이들을 올렸습니다.
당시 자립할 능력이 없던 저는 그렇게 자식을 조카로 만나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혁이와 훈이는 내가 고모인 줄 알고 자랐고 엄마처럼 잘 따라주었습니다.
고모, 내일 결혼식장에 예쁘게 하고 오세요
그리고 20년 후.....
내 아들 혁이가 장가를 갑니다.
엄마라고 나설 수도 없는 자격 없는 엄마지만, 마음으로나마 엄마 같은 인생이 아닌,
행복한 인생을 살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루 앞둔 전 날,
혁이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고모, 내일 결혼식장에 예쁘게 하고 오세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늘 꼭 해야겠네요.
저 기억하고 있었어요.
'사랑해요. 엄마!'
이젠 좋은 사람 만나세요.
아빠, 아니 그분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요.
'엄마를 아끼는 사람 만나 지금이라도 행복을 찾으세요, '
20여 년간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습니다.
원망하고 증오했던 그였지만, 오늘은 사무치게 그립기도 했습니다.
모를 테지요. 그 사람은.
자신의 핏줄이 장가를 가고, 또 한 명의 핏줄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갔다는 것을.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에겐 든든한 두 아들이 있으니까요.
<그때의 나를 떼어내고> 전선영. 시
그때의 나를 떼어내고
그때의 시간을
그때의 감정을
그때의 몰입을
버려두고 떠나는 지금의 나는
후련한 연민으로 바라본다
그때의 나를
너 또한 어느 한때는
내 소중한 일부였다지
하지만 남은 길에 서 있는
또 다른 내가 손짓하네
어서 오라고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 놓아버리라, 놓아버리라
그,때,의,나,를,놓,아,버,리,라...
여전히 거기에
살아 숨 쉬는
그때의 나를
단지 추억하며 살아가라지
붉게 물든 자리에
그때의 나를 남겨두고
지금의 나는
길을 떠난다
이제는 안녕.
(감상: 현재의 '나'는, 과거 '나'의 시간과, 감정의 몰입을 모두 버리고 떠난다. 한 때는 나의 일부로 아프지만 이젠 놓아 버린다. 앞으로 같이 갈 미래의 '나'가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과거의 '나'는 단지 추억만 하며 살자. 피맺힌 붉게 멍든 자리의 과거 '나'를 남겨두고 지금의 '나'는 떠난다. 마음이 불편하고 평화롭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떼어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난다. 안녕.
'아픈 과거는 다 잊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마치며
미래는 늘 현재 '사고'의 결과이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의 긍정적 사고'에 달려 있다.
즉, 과거의 아픔은 뼈저린 경험이었고, 앞으로는 절대 '그런 실수가 없을 것이다'라는 '사고'가 중요하다.
미래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 현재의 '사고'에 달린 것이다.
'현재의 시간을 잃어버리면 모든 시간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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