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지만,
남을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을 한 번 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꼭 한 번만 거짓말하기란 어렵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이빨이 하나씩 빠진다면, 성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스웨덴 속담)
<거짓말> 최대호. 시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근데 넌 왜
만날 때마다 거짓말하냐?
니가 어제 나한테
오늘 대충 하고 나온다고 했지?
근데 왜 이렇게 예뻐.
(감상: 유머 있는 센스쟁이 작품이다.)
두 개의 양초
어느 한 남자가 이사를 했다.
이삿짐을 한참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양초와 성냥을 거의 찾았을 때,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한 아이가 서있었다.
'아저씨 양초 있으세요?'
이사 온 첫날부터 양초를 빌려 달라고 하다니,
빌려주면 앞으로도 계속 정전될 때마다 양초를 빌려달라고 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고,
'애야 우리 집에는 양초가 없단다' 대답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이가 소리쳤다.
'제가 양초를 가지고 왔어요' 아이는 양초 두 개를 내밀었다.
남자는 어둠 속에서도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의 맑은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촛불은 밤의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어둡게 살았던 내 마음을 밝히기에 충분했다고,
그 남자는 이야기를 했다.
(감상: 당신은 양초를 내미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양초가 없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일까요?)
<거짓말> 공광규. 시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감상: 대나무와 느티나무는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을 비워 간다. 그러나 인간은 욕심을 채우려 하면서도,
자연처럼 마음을 비우고 산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사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시인 역시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라고 우리에게 재치 있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산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
마치며
'I'm not upset that you lied to me,
I'm upset that from now on
I can't believe you.'
'당신이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나는 화가 난다.'
(거짓말: 조항조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