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봄이 되면 꽃이 된다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흘려보내면 저절로 해결될 일도, 걱정하고 미워하며 시기하고 가슴 아파하는 게 인생인가 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푸른 녹차가 물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 향기를 차로 내어주듯이, 인생의 고난은 삶의 향기를 더 진하게 적셔낸다.
'시시해(詩詩解)' (시로 시를 해석)
김용택 시인은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며 "사람들은 왜 모를까 /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 꽃이 된다는 것을"이라고 반문한다. 그는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 꽃이 된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감상:시인이 꽃에서 바라본 건 "흔들림"과 "젖음"이다. 꽃은 셀 수 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나서야, 또 비에 젖고 젖은 후에야 비로소 피어난다. 꽃이 제 아무리 아름답고, 빛나건 말이다. 그래야 줄기도 곧게 서고, 꽃잎도 따뜻하다. 우리의 사랑도, 삶도 다 흔들리고, 젖으며 이루어진다. 그래야 사랑에, 삶에, 곧고 따뜻한 기운이 담기기 때문이다. 걸림돌이 많은 우리의 삶에 대해 시인은 온기 있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도종환 작가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서 시련과 역경을 읽어내는 혜안을 지닌 시인이다.
그는 그의 시 <산맥과 파도>에서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며,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 세찬 바람 몰아칠수록 /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며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을,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 바꾸어놓았는가",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 바꾸어놓았는가"라며 격찬한다.
<부탁 > 고은. 시
아직도
새 한 마리 앉아보지 않은
나뭇가지
나뭇가지
얼마나 많겠는가
외롭다 외롭다 마라
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나뭇가지
나뭇가지
어디에 있겠는가
괴롭다 괴롭다 마라
(감상:시인은 외롭다, 괴롭다 말라며, "아직도 새 한 마리 앉아보지 않은 나뭇가지"도 많다고, "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나뭇가지"가 어디에 있겠냐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오랜 인고의 시간 끝에 나온 시가 곧고 따뜻한 이유다. "외롭다 외롭다 마라", "괴롭다 괴롭다 마라"는 말에 담긴 온기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듯하다.)
도종환 시인의 시 <여백>에서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기 보단 그 사람의 여백도 봐라. 그가 살아오며 겪은 아픔과 외로움까지 함께 볼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갖어라. 완벽하게 갖춘 사람,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마치며
인생의 큰 결정, 시련, 막연한 두려움, 비극 등 항상 웃거나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인간은 흔들리게 된다.
인생의 삶은 녹녹지 않으며,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를 맛보는 경우도 많다. 매체에서 보도되는 가장 성공한 사람도 좌절과 실패를 경험했으며 그 실패를 거울삼아 극복한 것이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실패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였다.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성공할 확률이 많다.
흔들려본 사람만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산들바람처럼 마음을 기쁘게 흔들어 보자.
(참고문헌: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고은 시집/ 나무위키/ 네이버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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