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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 식당"으로 본, 일본 음식 문화

e길 2023. 3.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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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에 가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편하고 안락한 도피처이자 안식처다. 

신주쿠 가부키초 골든가 근처 위치한 식당을 배경으로, 손님이 와서 음식을 주문하고 짤막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옴니버스' 구성을 띄고 있다. 비록 음식이 소재이긴  하나 일반적인 음식이야기가 아니고, 일본 서민들의 애환과 살아가는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가부키초는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환락가여서 그곳을 오가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음식보다는 사람이 주목받고,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음식은 그저 관객의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일 뿐 메인 요리는 등장인물들의 이별과 사랑 그리고 삶이다.

심야식당

 

울면서 들어와 웃으면서 돌아가는 신비한 식당, 심야식당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열리는 작은 심야식당이 문을 연다. 문 밖 작은 화로 위에 돌솥에 담긴 '마밥'이 끓고, 케첩과 야채로 만든 스파게티 '나폴리탄'이라고 하는 이탈리아 음식이 긴 접시 위에 놓인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바지락 된장국, 문어 소시지, 계란말이, 맥주, 소주, 사케와 같은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힘든 하루를 위로받는다. 마스터는 가능하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양배추 말이, 고양이밥, 오차츠케, 조개술찜 등 재료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가능하다. 샐러리맨 같은 보통 사람부터, 웨이터, 깡패, 게이, 스트립 걸 등 특별한 손님들도 많다. 마스터는 주인공이지만, 과묵하고 비밀스럽다. 관객은 그를 궁금해 하지만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듣는 역할에 충실해, 심야식당이 가진 매력 중의 하나다. 그는 손님의 일에 간섭한 법이 없다. 섣부른 충고나, 그들의 인생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두 번이나 사랑에 실패한 '다마코'에게 나폴리탄을, 힘든 도시 생활하는 시골 소녀 '미치루'에게 마밥을, 떳떳하지 못한 과거 때문에 사랑을 밀어내려는 '아케미'에게 카레를 요리해 줄 뿐이다.

마치며:콘텐츠가 있는 음식 문화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본격적인 소비 사회에 접어들어 대중문화가 팽창했다면, 일본은 1970년대 초에 이미 대중문화로서의 음식과 요리를 장르화 하고 있었다. 요리 자체에 대한 정보 위에, 그에 적합한 스토리를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배를 채우는 먹거리였던 음식이,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는 근래의 현상은 '음식의 대중문화화'라고 할 수 있겠다. 힐링계 음식 영화는 산업화, 도시화로 진전됨에 따라, 심화된 현대인들의 심리적 허기나 관계에 대한 욕구가 음식 콘텐츠와 결합하며 탄생한 장르로 볼 수 있다. 현재 두터운 일본의 음식 콘텐츠의 저변은 20년가량 앞선 대중 문화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기록과 문헌으로 전수되었다. 문명이 발달한 후에는  요리법보다 차원 높은 정보를 폭넓은 대중이 공유하고, 요리책이 상품화되었다. 미디어의 발달로 대중들은 스토리텔링을 요구하고, 음식은 먹고,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대중문화적 기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 일본 등 국가 가르지 않는 음식 콘텐츠 열풍의 기저에 있는 역사적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음식문화에 많은 연구와 힘을 쏟아서 선진 문화 창조에 앞장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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