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 "감"의 일생

e길 2023. 7.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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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의 햇살은 너무 뜨겁다. 감나무는 잎이 많아 뜨거운 햇빛을 잘 가려 준다. 평상을 놓고 그 위에서 시원한 여름을 부채질하며 담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하게 보인다. 잘 익은 감은 사람과 새들이 나눠 먹는다. 그런 고마운 '감'을 시인들은 많은 작품으로 칭송하였다.  

 

각각 다른 시인들의 시로 '감'의 일생을 조명해 본다. 

 

 '감'의 성장 과정

땡감의 성장 과정

<감나무 그늘 아래> 고재종. 시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소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웬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린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감상: 이별 후 감나무 그늘 아래서 '감나무'와 화자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리움과 서러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별로 인한 그리움과 서러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성숙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는 땡감이 익어가는 밤 시간의 과정을 청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땡감이 익어서 환한 등불 같은 홍시가 되면 세상도 환해지고 하늘도 눈부실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감꽃이 떨어져야 감이 열리듯, 사랑이 끝나야 성숙해지는 법이다.

감나무가 열매를 맺어 감을 키워가는 과정과, 사랑이 끝나고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과정을 일치시키며, 붉은 감이 익어 가듯 서러움도 익어감을 노래하고 있다.

 인간도 많은 고통과 경험, 기다림, 그리움으로 점점 성장해 간다.)

 

고재종 시인은 1959년 전남 담양군 출신으로, '시여 무기여', 동구 밖 집 열 두 식구', '날랜 사랑' 등의 시집이 있다. 농촌시, 생태시, 실존주의 작품들을 주로 다루었다.

 

땡감이 익어 가는 과정

홍시

<홍시> 이안. 시 

 

어머니가 갓난 내 불알 두 쪽

바라보신다

아무도 물어가지 못하게

가장 쓰고 떫은 것으로

채우셨으나 

 

아,

지금 내 몸이 너무 달다.

 

(감상: '낯설게 하기'의 표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시에서는 무엇을 전달하느냐 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관심을 두는데 바로 그 대답이 '낯설게 하기'다. 의도적으로 꼬이고, 교란되고, 거칠게 하여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게 변형하여 독자의 주의를 끌어야 되고,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계속 다양한 일들을 경험케 한다는 것이다.

 

'홍시'가 '내 불알 두쪽'으로 낯설게 치환되어 있다. 상상력을 보여주는 낯선 치환으로 시의 맛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오랫동안 '쓰고 떫게' 자라 왔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어 '달디 단' 몸의 기운으로 꽉 차있다.) 

이안 시인은 1967년 충북 제천 출신이다. '고양이와 통한 날', 글자 동물원', '오리 돌멩이 오리', '기뻐의 비밀' 등의 작품이 있으며 주로 동시 창작을 가르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까치밥', 감의 마지막 여정

꽉 붙잡고 있는 '까치밥 '감''

 

<옛 마을을 지나며> 김남주. 시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감상: 우리나라 조상들은 예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짐승들까지 챙기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까치를 위해서 일부러 남겨두는 의리의 민족이 '왜 이토록 시련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높은 절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시인이 본 '조선'의 마음은 서로 돌보고 나누는 상생의 따뜻한 마음이다. 서로 어렵기에 '십시일반'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가난하고 약한 자를 보살피고 손님을 그냥 보내지 않았으며, 내 배만큼 남의 배곯는 것도 아파했다.

 '까치밥'의 '감'은 아쉽게 가는 '막바지 일생을 꽉 붙잡고 괜찮다 괜찮다' 오히려 '위로하는 말' 같은 것이다.)

 

김남주 시인은 1946년 해남 출생으로 80~90년대 '유신 헌법'에 맞선 민족시인, 저항시인, 민중시인이다.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등의 저술이 있다.

 

마치며: '감'을 보며 인생을 '감'잡자

사람들에게 더운 여름 그늘을 주는 고마운 나무의 성장과정을 서로 다른 시인의 시각으로, 관점으로 감상해 보았다. 사람도 이런 '감'처럼 어린 시절 성장하고 커 가는 과정에서부터, 익어가는 과정, 익고난 뒤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까치밥의 '감'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제 몸이 다 없어질 때까지 서릿발 찬 나무를 꽉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감'은 까치밥이 되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고 흐뭇해하고 있다. 마치 부모가 끝까지 자식을 사랑하고, 위하고, 희생하는 것처럼.

 

(참고문헌: 나무위키/ 위키백과/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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