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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팩션 영화 "왕의 남자"

e길 2023. 6.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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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팩션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영화다. 팩션(Faction)은 사실(Fact)에 허구적인 픽션(Fiction)을 더한 것으로, 왕의 남자에서는 '연산군일기'의 단 몇 줄에 불과한 실제 기록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 기록은 '광대가 임금에게 직언을 했다가 참형을 당했다는 짧은 기록'이다. 사료가 소수에 한정된 드라마 '대장금'과 비슷한 케이스다.

 

'왕의 남자'

영화 시놉시스

 

그때, 모든 것은 왕의 것이었다. 영화 '왕의 남자'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 왕이 가지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강하게 소유하고자 열망했던 광대들의 자유와 신명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그로 인해 이용당하고 음모에 빠지는 광대들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암시한다. 광대가 아니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자유로운 영혼은 비단 조선시대의 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고 욕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왕을 가지고 놀았다!

조선 최초 궁중광대들의 화려한 한판극!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시대극의 강렬한 매력!

 

창조된 이야기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연산(정진영)과 장녹수(강성연), 공길(이준기)이라는 인물을 재해석했으며, 사료에 짧게 언급된 '공길'이라는 인물을 재창조하였다. 공길을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묘사하고 장생(감우성)과 연산 사이의 동성애적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장생'은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로 당시의 권력을 풍자하는 당당한 광대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장녹수가 이들의 관계를 질투하는 것 역시 창조된 이야기다.

 

영화 줄거리

 

장생과 공길은 풍자극과 줄타기가 특기인 광대들이다. 그러나 소속되어 있던 사당패의 우두머리 '꼭두'가 광대들의 노고를 푸대접하는 한편 공길에게는 그의 수려한 외모를 눈여겨보는 양반들에게 일종의 성상납을 시키는 식으로 밥을 벌자, 장생은 공길을 데리고 무작정 도망친다. 도망치는 중에 의도치 않은 '꼭두'를 공길이 죽이게 되고 둘은 한양으로 떠난다.

 

한양에서 저잣거리 광대판에 난입 육갑(유해진), 칠득(정석용), 팔복(이승훈) 등을 재주로 누르고 그들과 합세해 왕과 후궁을 가지고 노는 광대극을 벌이다 환관 '김처선(장항선)'에게 잡힌다. 매질을 당하던 장생이 왕을 못 웃긴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라고 간청한다. 왕의 측근인 환관 '김처선'은 충신들의 멸시를 받는 연산군이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마련한다.

 

그렇게 광대극을 벌였으나 호언장담과 달리, 긴장한 육갑, 칠득, 팔복의 실수 연발로 좌중을 싸늘하게 만들 뿐이었다. 장생이 나가도 별 여의치 않았고, 뒤에서 보고 있던 공길이 애드리브로 장생과 합을 맞추니 그제야 왕이 파안대소하며 저들을 궁에 두고 자신이 원할 때 즐길 수 있도록 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신하들이 천한 광대를 궁에 둔다며 들고일어났고, 이에 왕이 분노하자 환관 김처선은 '큰 짐승을 사냥하기 전에는 발소리를 죽이는 법'이라며 왕을 달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공길은 연산군과 인형놀이를 하며 연산군을 위해 놀아준다. 손가락 인형극과 그림자 인형극을 하면서 둘은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처선은 장생을 불러 중국 경극을 하라고 명한다. 경극은 태후와 후궁들의 모함으로 왕후가 사약을 받는다는 경극으로, 폐비 윤 씨 사건을 연상케 한다. 경극을 보던 연산군은 왕후로 분장한 공길에게 '어머니'를 외치며 눈이 돌아간다. 이후 공길에게 정 4품 벼슬을 내린다.

 

공길을 없애려는 신하들의 계략을 육갑이 눈치채고 이를 막으려다 대신 죽게 된다. 연산군은 더욱 분노하여 폭정을 일삼는다. 이에 김처선은 광대들을 궁에 들인 것은 연산군이 세상을 바로 보도록 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정작 왕은 공길에게 눈이 멀었다 직언하며 떠나고, 후에 자살한다.

 

장생은 고문으로 두 눈을 잃고, 마지막으로 줄을 탄다. 이에 공길도 합세하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신나게 놀아 보자며 줄을 타고, 앞으로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나자고 기약한다. 이때 군사들이 연산군을 폐위하기 위해 들이닥치고, 장생과 공길은 줄의 탄성으로 뛰어올라 '인정전'을 배경으로 공중에 몸을 던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상: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난 영화이자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영화이다. 입소문과 작품성을 통해 천만 관객을 기록한 '가장 천만 영화다운 천만 영화'라는 평을 듣는다. 개봉 당시나 현재에도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소재인 '동성애'를 스토리에 녹여내었는데도 기록한 천만 관객수는 그 가치가 크다.

 

퀴어 영화로 분류되는 데다가 제목이 '왕의 남자'이기 때문에 연산군과 공길 사이의 관계가 퀴어적 코드로 보일 수 있으나, 연산군이 공길에게 집착하는 모습은 동성애라기보다 '애정결핍'에 가깝다. 오히려 공길을 동료 이상으로 챙기는 장생과 공길 사이를 사랑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마지막 줄타기 위에서)

 

공길: 너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프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장생: 아니, 싫다!

공길: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장생: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다시 태어나련다!

공길: 이놈아!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장생: 그럼 니년은 뭐가 되고프냐?

공길: 나야, 두말할 거 없이 광대, 광대지!!!

장생: 그래,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 번 맞춰보자!!!

 

마치며: 팩션 사극 (실제기록+ 작가 상상력)

 

왕에 대해 저항하는 광대의 이야기를 통해, 부정부패와 독재 권력에 맞서는 민중들의 모습을 '왕의 남자'라는 영화로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광대의 저항은 놀이를 통해 나타나며, 이것은 광대의 예술혼을 부각시킨다.

 

역사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소재를 빌려온 작품을 말하며, 일제강점기 이전을 사극(역사극), 그 이후를 '시대극'이라고 한다. 미디어 속 역사콘텐츠의 매력은 허구적인 이야기의 변형과 재창조의 즐거움,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대로 쾌락을 준다. 대중들은 서사의 내용을 거의 인지하고 있으며, 이미 노출된 상태에서 스토리의 변형을 기대하는 것이다. 문화적, 사회적 이슈와 맞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는 스토리로 재탄생할 때 더 큰 의미와 즐거움을 준다.

 

역사영화는 실제 기록을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사극의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참고문헌: 나무위키/ 한국 민속 대백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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