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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 "물"의 예찬

e길 2023. 6. 6.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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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가장 성공한 삶은 물의 모양을 본받으며 사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물처럼 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정해진 이치인 네모가 되고, 세모난 그릇에 담으면 뾰쪽한 마음에서 번뇌가 생기며, 둥근 그릇에 담으면 세상살이가  둥글둥글하게 돌아간다.

예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했으며, 지혜는 물과 같고 흐르는 물에 비유를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막힘없는 특성과, 흘러서 썩지 않는 성질을 지혜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함부로 쓰면서 큰 고마움을 모르는 '물'에 대한 문인들의 칭송은 많은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다. 

흐르는 '물'

'물예찬"(부분)/ 폴 발레리

풀 한 포기를 살펴보라, 큰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감탄하라, 그래서 그것이 공중에 흘러나오는 한 줄기 세워진 강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알아보도록 하라. 물은 나무를 통해 빛을 마중하러 나아간다. 물은 땅의 소금 얼마를 가지고, 햇빛을 사랑하는 형상 하나를 스스로 그려낸다. 물은 가벼운 손들 달린 그 흐르는 힘찬 팔들을 우주를 향해 내밀고 뻗친다. 

(감상: 나무는 흙속에서 양분을 얻고 물을 먹고 자란다. 즉 나무 한 그루에는 물과 흙이 있다. 나무는 햇빛을 껴안고 구애한다. 즉 물은 햇빛을 구애한다. 나무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물은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나뭇가지 '힘찬 팔'을 이용해 우주를 향해 내뻗치고 있다. 마침내 물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햇빛을 만나 양분을 잉태한다. 시인의 존재도 우울한 과거보다(땅속) 자유롭고 밝은 미래를 '물'과 함께 빛을 보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존재이며, 마침내 그 자유를 누리고 해방감을 낳는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김혜순

직육면체 물. 동그란 물, 길고 긴 물, 구불구불한 물, 봄날 아침 목련꽃 한 송이로 솟아오르는 물, 내 몸뚱이 모습 그대로 걸어가는 물, 저 직립하고 걸어 다니는 물, 물, 물...... 내 아기, 아장거리며 걸어오던 물, 이 지상 살다 갔던 800억 사람 몸속을 모두 기억하는, 오래고 오랜 물, 빗물, 지구 한 방울.

오늘 아침 내 눈썹 위에 뚝, 떨어지네./ 자꾸만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저 물이/ 초침 같은 한 방울 물이/  내 뺨을 타고 어딘가로 또 흘러가네.

(감상: 물이 용기 안에 들어가 직육면체, 동그란, 긴 물이 된다. 직립하고 걸어 다니는 물은 사람 몸속에 들어가서 걸어 다니고, 아장아장 걸어오기도 하고 800억 사람 몸속에 들어가 봐서 기억을 다한다는 '물질적 이미지의 상상력'이다. 물질로써 이미지(물체)에 들어가 상상력으로 대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오랜 물, 빗물, 지구 한 방울'은 떠돌다가 다시 돌아와서 빗물이 되고 지구 한 방울이 된다. 물은 '질량 보존의 법칙'에서 질량이 화학반응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 법칙이다. 물질은 갑자기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하여 존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물은 떠돌다가 다시 돌아오고, 없어지지 않고 어느 곳이든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저 '물'은 사람 몸속도 기억하고 또 내 뺨을 타고 어디론가 흘러간다고 표현을 했다.)

한나라 학자 '유향'은 군자를 '물'의 '덕'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은 두루 베풀어 사사로움이 없으니 '덕'과 같고/ 물이 닿으면 살아나니 '인'과 같다.

낮은 데로 흘러가고/ 굽이치는 것이 모든 순리에 따르니 '의'와 같고,

얕은 것은 흘러가고/ 깊은 것은 헤아릴 수 없으니 '지'와 같다.

백길이나 되는 계곡에 다다라도/ 의심치 아니함은 '용'과 같고, 

가늘게 흘러 보이지 않게/ 다다르니 살핌과 같으며, 

더러운 것을 받아도/ 사양치 아니하니 포용함과 같다.

혼탁한 것을 받아들여 깨끗하게 하여 내보내니/ 사람을 착하게 변화시킴과 같다.

그릇에 부으면 반드시 펑펑하니 '정'과 같고/ 넘쳐도 깎기를 기다리지 않으니 법도와 같고,

만 갈래로 굽이쳐도 반드시/ 동쪽으로 꺾이니 의지와 같다.

 

마치며: 물의 지혜와 교훈

논어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 주자는 공자의 말에 대해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두루 통하고 막힘이 없는 것이 물과 같은 점이 있음으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의리에 편안하여 중후하고 옮기지 않는 것이 산과 같은 점이 있는 까닭에 산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물의 여러 속성을 들어 인간이 지녀야 할 삶의 덕목과 견주었다. 

일찍이 노자도 도덕경에서 '상선약수'라 하여 으뜸 가는 '선'을 물에 견준 일이 있다. 물은 언제나 낮고 더러운 곳에 처하면서 만물을 이롭게 하므로 노자는 물에서 '유약겸하(부드럽고 유연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강한 것을 누른다는 의미로, 부드러움과 낮춤을 통해 세상을 슬기롭게 열어가자는 지혜가 함축된 '노자'의 말이다)'의 교훈을 읽은 것이다.

깊이 흐르는 물은 조용히 소리가 없다. '얕은 물은 시끄럽게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으니,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는 물이다' 도량이 깊을수록, 심지가 굳을수록, 언행은 무겁고, 행동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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