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은혜를 모르는 '사람'

e길 2024. 2.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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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모르는 사람

큰 비가 내린 어느 날.

나무 도령이 나무를 타고 가다가 물에 떠내려가는 여러 동물과 소년을 구하여 주었다.

후일 그가 구해준 소년이 주인집 딸을 차지하려고 계교를 내어 소년을 위기에 빠트렸을 때, 여러 은혜를 입은 짐승들이 차례로 도와주어 무사히 주인 딸과 결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리털 검은 인간은 도와주면 오히려 해를 당한다는, 구해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보다 못한 '은혜를 모르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까 '내 보따리 훔쳐 갔다'라고 도둑으로 몰아 고소하는 격이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Freepik)

 

<고드름 인간> e길. 시

갈증 나는 세상

하늘

양털 구름이

옷 찢어

낳아준

단 진눈깨비

 

쿵쾅 울부짖는 산통

나 몰라라,

마음 

꽁꽁 얼려

처마 밑 거꾸로 매달린

소동피는 고드름

 

은혜는

똑똑 낙숫물에 새기며

탁류

흐린 거짓 눈물

하지만

이미 낯선 곳

 

한 줌

찰나의 빛으로

다시 사라질

직립 인생

머리털 검은

유별난 짐승.

 

(감상: 높은 곳 쫓아 올라간 물. 하늘 추위와 외로움애 고통받다가 검은 구름에게 어디든 좋으니 제발 따뜻한 땅으로 보내달라 사정한다. 그러나 막상 힘들게 내려 보내주니, 고향 같은 좋은 곳이 아니라며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고드름으로 시위를 한다. 은혜는 물방울에 흘려보내 이미 잊어버리고, 거짓 눈물 흘리지만 이미 낯선 곳. 한 줌 순간의 빛으로 녹아 없어질, 금방 사라져 갈 검은 머리 고드름 인간들.)

 

은혜를 아는 개

 

전남 순천의 실제 개에 대한 실화 이야기다.
순천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식 없이 한 마리의 개를 자식 삼아 살고 있었다.
집이 가난하여 할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 먹고살았는데,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눈이 보이질 않았다.

이 두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므로, 그 개를 자식 삼아 사랑을 다해서 키웠는데 키운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그 집의 형편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음 날.

그 집의 개가 한 집으로 자기 밥그릇을 물고선 들어섰는데, 마침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그 개가 밥그릇을 마당에 놓더니 멀찌감치 뒤로 떨어져, 엎드려서 가만히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었단다.

그 아주머니는 그 개가 주인을 잃어서 밥을 제때 못 얻어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며, 불쌍한 나머지 밥을 퍼주었는데, 개가 밥이 담긴 밥그릇을 물고선 자기 집으로 갔다. 아주머니는 자기 집으로 갖고 가서 밥을 먹겠구나 생각하고, 하던 부엌일을 정리하고 장에 갔다 올 일이 있어 준비하고 나갔다.

 

장으로 가는 길에 그 혼자되신 맹인 할머니 집이 있어 생각이 나서, 낮은 시골 담 너머로 할머니가 어찌하고 계신가 걱정이 되어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더 이상 가던 길을 가지 못하고, 그 할머니의 집안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할머니가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개가 아침에 자기가 준 밥이 담긴 밥그릇을 안 먹은 채로 마루에 올려놓고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의 소맷자락을 물고, 손을 밥에 다가가게 해서 밥을 먹으라는 시늉을 계속하고 있었다.

결국 할머니는 개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밥그릇에 손을 가져가, 그 밥의 절반을 먹고선 나머진 개에게 미뤄줬는데, 그때서야 개가 자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이 광경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소문이 마을전체에 퍼졌다.

이 일이 있은 다음날.
그 개는 어제 갔던 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밥을 타러 왔다.

개도 인정을 아는지 같은 집을 또 들르지 않았던 것이다.

집주인은 그 개를 아는지라 깨끗한 새 그릇을 준비해서 거기에 밥과 반찬을 고루 넣어서 주었는데 역시 그 개는 그것을 물고 자기 집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주고 할머니가 남은 것을 미뤄주면 그때서야 자기가 먹었다.

이 일이 계속되니까 마을 사람들이 `사람보다 나은 개"라며 군청에 건의해서 효자상을 주어야 한다고 하니까,
군청에선 당황하며 사람이 아니어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마치며

 

여러 동물이 모두 은혜를 갚았지만  인간만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은혜를 갚기는커녕 은인의 몫을 탐내어 계교로 해치려 한 내용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비판적으로 말해준다. 

 

은혜를 모르는 것은 근본적인 결함이다.

그렇기에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삶이라는 영역에서 무능한 자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은 건실한 인간의 첫 번째 조건인 것이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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